"‘신발을 어디서 사지?’라는 질문을 하면 떠오르는 쇼핑몰이 없을 겁니다. 신발은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고 구매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모든 시장이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신발도 마찬가지죠. 펄핏이 온라인 신발 시장을 잡을 것입니다."

고객의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추천하는 스타트업 ‘펄핏’ 이선용(32) 대표의 포부다. 국가, 브랜드, 특정 모델에 따라 신발 사이즈는 제각각이다. 때문에 신발은 온라인보다 직접 신어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판매율이 높다. 온라인 시대에 신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풀어야 할 과제이자, 이 대표가 바라보는 펄핏의 성장 기회다.

이선용 펄핏 대표가 17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고객의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추천하는 기기 ‘펄핏 R’을 옆에 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15년 펄핏을 창업했다. 2011년 대학 졸업 후 IBM에서 3년간 IT(정보기술)·리테일 분야 경영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다 학생 때부터 꿈꿨던 창업을 결심했다. 더 늦으면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미국 신발 전문 온라인 유통업체 ‘자포스’로부터 사업 아이템을 얻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3D(3차원) 디자인, 테마파크 등 콘텐츠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IBM 퇴사 후 3D 디자인도 약 1년 간 공부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자포스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자포스는 2000년대 초중반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아이템인 신발을 보란 듯이 팔아대며 글로벌 쇼핑몰로 성장했다. 이 대표가 분석한 자포스의 성공 비결은 ‘친절한 서비스’였다. 콜 센터를 두고 신발을 온라인에서 팔았을 때 발생하는 반품·교환 처리를 친절하게 더구나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고객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콜 센터가 아닌 기술 측면으로 접근했다. 그는 창업 1년 후인 2016년 신발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고객의 발 사이즈를 측정하고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추천하는 펄핏 서비스를 선보였다. 펄핏(Perfitt)은 퍼펙트(perfect)와 핏(fit)을 합친 말이다.

펄핏 서비스는 간단하다. ‘펄핏 R’이란 발 측정기기에 발을 올려놓으면 된다. 그러면 약 1분 뒤 발 길이, 발볼 너비, 발등 높이를 측정해준다. 이후 고객에게 맞는 신발을 추천한다. 현재 펄핏 R은 ‘뉴발란스’, 미국 러닝화 전문 브랜드 ‘브룩스’ 국내 매장 등에 설치돼 있다.

뉴발란스 서울 명동점에 설치된 펄핏의 발 측정기기 ‘펄핏 R’. 고객이 펄핏 R에 발을 올려놓으면 약 1분 뒤 고객의 발 길이, 발볼 너비, 발등 높이를 측정해준다. 이후 고객에게 맞는 신발을 추천한다.

이 대표는 펄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선보이는 10월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자포스가 고속 성장했던 2000년대 초중반이나 2019년 현재나 신발은 여전히 매장 판매율이 높다. 온라인 판매 시 많은 반품·교환으로 업체는 재발송이라는 경제적 손실을, 고객은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10월 선보일 펄핏 앱을 이용하면 고객이 매장에 오지 않아도 발 사이즈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신발을 샀을 때 더 이상 사이즈 때문에 반품·교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또 매장 내 설치된 펄핏 R은 매장 제품에 한해 고객 추천을 하고 있는데 펄핏 앱을 이용하면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양한 브랜드 추천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펄핏 앱 안에 수백 개의 신발 브랜드, 모델을 넣었고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고객 추천이 가능하다"고 했다.

올해 말 미국 등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창업을 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했다. 그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뉴발란스, 브룩스를 통해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할 것"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신발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펄핏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스파크랩스, 선보엔젤파트너스로부터 1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연구개발(R&D) 자금 5억원을 지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