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국민연금은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 대기업 임원의 해임을 쉽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횡령·배임 혐의가 확정된 임원에 대해서는 해임청구소송도 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정권 입김에 휘둘리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단순 투자 명목으로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도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해임청구권 행사, 지배구조 개선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지분 변동 5일 내 보고' 등 의무 사항이 많은 '경영참여목적 투자자'만 갖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 방안' 23가지 정책을 내놨다. 모두 국회 통과가 필요없는 시행령·시행규칙으로 가능한 내용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검찰 수사 내용 브리핑을 사실상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추진하는 것처럼 정부 입맛에 맞는 시행령·시행규칙들을 대거 내놓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고위임원은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공정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 선전해야 하는 정부·여당은 법 개정보다는 정부 단독으로 추진 가능한 하위법령 개정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계에는 '법보다 무서운 시행령 공포'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