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삿포로와 에비스를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의 전 직원 65명은 지난달부터 주 1회씩 무급 휴가를 쓰고 있다. 지난해 419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라 지난 7월 국내에서 시작된 일본산 맥주 불매 운동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엠즈베버리지 관계자는 "타격이 너무 커 불가피하게 전 직원 대상 무급 휴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언제까지 무급 휴가가 지속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일본산 맥주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 맥주의 국가별 수입액 순위에서 지난 7월 3위로 떨어진 일본 맥주는 지난달에는 13위로 밀려났다. 일본 맥주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동안 수입 맥주 1위였던 일본 맥주, 지난달 13위로
1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약 2억6300만원)로, 작년 8월(756만6000달러·약 89억5000만원)과 비교해 3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국가별 수입 맥주 순위에서도 일본산 맥주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월 미국 맥주를 누르며 1위에 올라선 이후 계속해서 그 자리를 유지했던 일본 맥주는 지난 7월 수입액이 벨기에·미국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지난달엔 프랑스(10위)·멕시코(11위)·홍콩(12위)에도 밀리며 13위로 내려앉았다.
유통업계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품목 중 특히 맥주가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우선 술이라는 특수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법상 맥주는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하다. 마트가 됐든 편의점이 됐든 공개된 공간에서 구매해야 하는 구조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대에 깔려 있는 수많은 맥주 제품 가운데 일본 맥주를 골라 계산대까지 갖고 온다는 걸 고객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며 "혼자 술을 즐기는 게 아니고선 술집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일본 맥주를 주문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유통업계도 일본 맥주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들은 지난달부터 '4캔에 1만원'으로 대표되는 맥주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고 있다. 할인 행사에서 제외된 일본 맥주를 소비자들이 굳이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줄면서 대형마트들은 7월부터 일본 맥주 신규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동발주시스템에 따라 재고가 줄지 않으면 신규 발주가 자동으로 중단된다"며 "일본 맥주를 찾는 고객이 극히 드물어 신규 발주는 상당 기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맥주 공백 노리는 국산·수입 맥주 브랜드
당장 일본 맥주가 잃어버린 국내 시장은 공백 상태로 남은 상황이다. 국내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8월 3099만9000달러였지만, 지난 8월에는 2416만1000달러로 집계됐다. 683만8000달러가 줄어들었다. 일본 맥주가 갖고 있던 시장을 다른 수입 맥주가 모두 나눠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중국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8월 대비 1만5000달러 늘어나는 제자리 수준이었는데도 1위로 올라섰다.
일본 맥주의 공백을 놓고 수입 맥주 업체들이 팝업스토어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가운데 국내 맥주도 일본 맥주가 가져간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 국내 업체들은 일본 맥주 불매 운동의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트진로의 테라(3월 출시)는 지난 7~8월에만 한 상자당 10L 기준으로 300만 상자 이상이 팔리며 지난달 27일 2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오비맥주는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한 달 동안 카스 출고가를 할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