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은 웨이즈를 구글에 매각한 이후에도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픽스(FeeX)’등 다수의 스타 트업을 창업해 경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작은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웨이즈(Waze)는 2013년 6월 구글이 페이스북·애플을 제치고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화제에 올랐다. 웨이즈는 우리도 많이 쓰는 GPS(위성항법장치) 기반 실시간 내비게이션 앱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실제 교통 정보를 보내는 것이 특정 차들이 아니라, 일반 운전자들이라는 것이다. 앱 이용자들이 교통사고, 거리 행사, 새 상점, 신축 건물 정보 등을 직접 제공하고, 이 정보가 반영된 이동 경로가 제시된다. 현재도 웨이즈 앱은 전 세계적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1억명을 웃돈다.

아직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 사례를 만든 주인공인 유리 레빈(Levine) 웨이즈 공동 창업자가 스마트클라우드쇼 개막일인 18일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그가 한국에서 공식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문제에 집중하세요"

레빈은 조선비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다른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모르는 곳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웨이즈는 매일 같은 곳을 출퇴근하는 사람을 겨냥했다"며 "'매일의 중요성'을 캐치한 것이 웨이즈 성공의 핵심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고통받고 있는 문제에서 출발하라"고 강조했다. 교통 체증을 끔찍이 싫어했던 그는 저 멀리 앞에 있는 차 운전자가 도로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하면 도착지에 빨리 갈 수 있을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 정체를 겪으면서 자연스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떠올리고 이를 서비스로 구현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줄줄 새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픽스(FeeX)', 여행사가 수수료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사이트에서 예약한 '그' 항공권을 실제로 결제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해주는 '페어플라이(FairFly)', 해외에서 쇼핑한 후 여러 번거로운 절차 없이 부가가치세를 빠르고 쉽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리펀딧(Refundit)' 등 아홉개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투자하거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그는 모두 일상의 문제에 집중한 결과라고 했다.

레빈은 기조연설에서 이처럼 다수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장시켜 온 자신만의 방법론을 공유할 예정이다. 그는 "일단 문제를 찾고, 이것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문제인지 검토한 뒤, 이를 함께 해결해나갈 팀을 찾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 최적화된 이스라엘

그는 '이스라엘이 왜 스타트업을 하기 최적의 장소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돈·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수 있는 시장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덕에 현재 6600여개 스타트업이 이스라엘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힘도 강조했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센터를 이스라엘에 세우고 자신들의 제품을 좀 더 혁신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수 시장 규모가 800만명에 불과해 전통적으로 성공적인 대기업을 만들기 힘들었던 이스라엘이지만, 이제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제발로 찾아오는 '혁신의 땅'이 된 것이다. 거꾸로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더 큰 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그는 "웨이즈가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던 것처럼 내가 시작한 스타트업 상당수가 이스라엘에서 시작했다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고 말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는 시점이 오면 내비게이션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레빈은 "자율주행차는 완전히 다른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면서 "이를테면 곡선 교차로에서 차를 좌·우회전할 때 어떤 속도로 진입할 것인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5G 시대에는 수십개 센서를 장착한 일반 차량도 실시간 도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웨이즈의 기술로는 어림없고 초정밀 지도 제작에서 기술력을 보유해 온 히어(HERE)나 구글이 경쟁력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리 레빈(Levine·54)

1992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학사
2007 웨이즈(Waze) 공동 창업
2012 픽스(FeeX) 공동 창업
2013 구글, 약 1조3000억원에 웨이즈 인수
2016 히어(Here)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