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 면역항암제 개발 '사령관'
세계 최초의 면역항암제 '여보이'와 '옵디보' 개발을 주도한 푸아드 나무니(Fouad Namouni, 사진) BMS 종양학 부문 개발 책임자가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과 투자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냄비 근성'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최근 조선비즈와 만나 "신약개발 과정은 '긴 여정(long journey)'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바이오테크는 과감한 결정과 위험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데 단기간에 진행된 연구결과가 좋지 않다고 실패라 결론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했다.
나무니 박사는 글로벌 생명공학기업인 미국의 BMS에서 항암제 개발을 이끌고 있는 '사령관'이다. 그는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선정된 미국의 제임스 P.앨리슨과 일본의 혼조 타스쿠 교수의 면역 단백질 발견 연구를 바탕으로 '여보이'와 '옵디보'라는 면역항암제를 만들어 냈다.
현재 BMS의 여보이와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는 세계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화학합성 항암제가 암세포 외에도 정상세포를 사멸시키는 부작용을 가진 반면, 면역항암제는 인체 자체의 면역력을 강화해 암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와 관련한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3억2600만달러로 2013년 8억8300만달러보다 5년새 22배 급성장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면역항암제나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병용약물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나무니 박사는 "외부에서 BMS의 면역항암제 개발 과정이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사실 여보이와 옵디보 개발은 10여년에 걸쳐 많은 고민들과 엄청난 에너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 복잡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개발 과정은 투자 대비 위험을 계산하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입장에서 볼 때 위험천만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여러 암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하나의 암종을 대상으로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이 3~4배 들었기 때문이다.
BMS 경영진 입장에서도 옵디보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금과 임상시험 실패에 대한 부담은 컸다. 나무니 박사는 "BMS가 오래 전부터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혁신이 절실하다고 생각해 온 덕분에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도록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시에 여러 임상을 진행하는 BMS의 과감한 R&D 전략은 면역항암제의 과학적 치료 효과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나무니 박사는 "옵디보가 어떤 약제를 사용해도 반응이 없었던 환자들의 1/3에서 반응을 보였다"며 "'과학이 뒷받침하는 한 가장 넓은 범위에서, 가장 빠르게 약제를 개발하는 것이 옳다'라는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바이오기업에게도 이러한 글로벌 신약 개발 기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신약의 투자 가치를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경험과 노하우를 10~20년 쌓아 나가는 것이 바이오 산업의 생리라는 설명이다.
나무니 박사는 "바이오 산업이 지나온 길을 보면 다양한 신약 개발의 시도들이 결국 긍정적인 결과들을 가져왔다"면서 "업계 상황과 관계없이 병은 여전히 존재하고,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에 중요한 것은 탄탄한 과학적 기반과 좋은 신약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그리고 내부적으로 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한국도 많은 위험 상황을 하나씩 극복하다 보면 옵디보와 같은 좋은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들에게 제공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