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TV 비판에 절반 이상 할애한 이례적 광고
QLED TV 판매량 절반 OLED TV 띄우기 일환

지난 주말 TV 광고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LED(발광다이오드) TV와 차원이 다른 LG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 바로알기’라는 제목의 75초 분량 광고 때문이었는데요. 60초 분량의 기존 광고 대비 길어진 분량도 분량이었지만, LED TV의 한계에 대해 거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며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QLED TV를 저격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8K QLED TV 화질이 국제 기준치에 한참 미달한다며 경쟁사를 공개 비판했던 LG전자가 이 기세를 한국 안방까지 이어온 겁니다. 국제 행사장에 이어 TV 광고에서까지 경쟁사 제품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합니다.

7일부터 상영 시작한 LG전자의 ‘LED TV와 차원이 다른 LG OLED TV 바로알기’ 광고 캡처.

광고 내용은 이렇습니다. LED TV는 컬러를 만들기 위해 백라이트가 필요한데, 백라이트 때문에 블랙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컬러가 과장될 수 있다는 것이죠. 백라이트가 있다 보니 얇아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LG 올레드 TV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 블랙도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두께를 최소 3.85㎜까지 줄일 수 있으니 벽에 착 붙이는 ‘월페이퍼’ 형태는 물론, 세계 최초의 롤러블(화면이 둘둘 말리는) TV까지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LG전자는 다시 한 번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흉내낼 수 없는 기술력이라며 앞글자가 다른, 그러니까 앞에 A가 붙든 B가 붙든 Q가 붙든 다 LED TV일뿐 이라고 말합니다. 재밌는 것은 다른 알파벳보다 Q에서 몇 초간 더 머물렀다는 점이죠. 실제로 중국 하이센스 등이 ULED TV를 내세우기도 했지만, LG전자가 광고에서 공격하고자 했던 대상은 삼성전자의 QLED TV였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가전에서만큼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1·2위를 다투는 LG전자가 OLED TV 저변을 넓히기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합니다.

왜 그럴까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는 아직 QLED TV에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집계한 상반기 2000달러 이상 TV 판매량 수치를 보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일부 제조사가 QLED TV를 96만1400대 팔아치운 반면, LG전자와 소니로 대표되는 OLED 진영은 51만4100만대를 파는 데 그쳤습니다.

아무래도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55인치 기준으로 OLED 패널 가격은 LCD의 4~5배쯤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대형 OLED 패널을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그동안 파주에서 생산하던 물량으로 수요를 못 따라갔던 측면이 있다"며 "중국 광저우 공장 가동으로 2022년에는 연간 1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고 가격도 LCD에 경쟁력있는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공격에 무대응 전략으로 나가면서 QLED보다는 ‘8K’에 방점을 두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TV 광고 역시 자연색을 완벽하게 구현한다는 점을 전면에 부각합니다. 삼성은 또 IFA 2019에서 아무래도 소비자 수요가 많은 55인치 8K 제품을 추가로 선보이며 ‘많이 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더 좋은 제품을 내놓고, 더 멋지게 포장하기 위한 제조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게 되겠지요. 우리는 과연 어떤 TV를 사야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