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가 오는 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파업으로 한국GM은 1만대 이상의 자동차 생산차질을 겪을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국GM 노조의 총파업은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7년 이후 22년만의 일이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발단은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다. 임단협(임금및단체협약)에서 노조가 임금인상을 비롯한 복지 향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노조가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쟁의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한국GM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사측도 노조와 협상에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GM 노사 갈등 격화
한국GM 노조는 6일 "이달 9~11일 주·야간조 각각 8시간씩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며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2만3526원(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금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지난해 축소했던 복리후생 복구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8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한국GM은 경영난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GM의 지난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는 4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8594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노조가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임금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GM본사를 비롯한 사측이 경영정상화 약속을 되돌릴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과 행보를 보인 탓도 있다. 임한택 노조위원장 등 노조는 카허 카젬 CEO(최고경영자) 등 경영진과 지난 7월 17일 진행한 단체교섭에서 "2022년 8월 이후 부평2공장에 대한 신차 계획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경영진은 "2022년 이후 배정된 제품은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정부는 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졌을 때 산업은행을 통해 약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GM본사는 대신 한국에서 10년 이상 잔류하고, 신차 2종(SUV 1종·CUV 1종)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한 2종 외에는 신차를 만들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사측은 지금보다 인력 구조조정 폭을 더 확대하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카허 카젬 CEO는 단체 교섭에서 "2개의 신차로 물량을 확보하고 '노동유연성'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GM 노조 간부는 "회사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국내에서 생산과 고용에 힘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부평 1공장과 창원에 배정된 신차마저도 GM본사에서 파업을 계속하면 빼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그라들지 않는 GM의 한국 철수설
일각에선 GM이 노조와의 갈등 상황을 빌미로 한국에서의 철수 명분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이런 의심은 지난해 10월 추진한 '연구개발 법인 설립' 때도 불거졌다. 한국GM은 1만여 명의 직원 중 디자인센터·기술연구소 등 연구·개발 인력 3000여 명을 분리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라는 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를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반발했다. 연구개발 부문이 떨어져 나간 생산공장을 축소·폐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GM이 산은과의 협의 없이 법인 설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산은과의 갈등도 더해졌다.
한국GM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신규회원으로 등록한 점도 이런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신차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투입으로 한국GM의 내수 판매 중 수입차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생산보다는 판매에 의존하는 조직으로 축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GM본사는 이런 우려에도 노조에 "현실을 직시하라"며 경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줄리언 블리셋 미국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21, 22일 한국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파업이 계속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해외로 물량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측은 "파업을 자제해달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GM본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GM은 지난해 11월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해, 전 세계 직원 중 1만명 이상 줄이고, 북미 공장 5곳, 해외 공장 2곳을 줄인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