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모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며 8월의 마지막 개장일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협상 의지를 내비친 미국과 중국,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한 유럽 등이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를 유도했다. 여기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한국은행도 시장을 기쁘게 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에도 미·중 무역협상 이슈를 중심으로 대외 변수 점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장감 낮춘 G2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8%(34.38포인트) 상승한 1967.79로 장을 마쳤다. 1.78%는 지난 1월 9일(1.95%) 이후 약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76억원, 1638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차익 실현에 나선 개인은 3951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4313계약을 샀다. 기관은 915계약, 개인은 1755계약을 팔았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3%(10.98포인트) 오른 610.55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도 각각 291억원, 596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82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한국 증시는 간밤에 전해진 호재성 이슈들 덕에 개장 직후부터 순항했다. 2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중국과 '급이 다른(at a different level)' 수준의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중국 상무부는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반대한다. 평화적인 태도로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매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유럽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국내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10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7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중 2명이나 금리 인하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주요국의 온건한 통화정책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증권과 화학, 은행, 건설, 철강금속, 운수창고, 전기전자, 보험, 기계, 운송장비, 제조, 음식료품, 종이목재, 비금속광물, 전기가스, 섬유의복, 의약품 등 대다수 업종이 전날 대비 올랐다. 유통은 부진했다. 코스닥 업종들도 대부분 활기를 보였다. 통신장비, 오락문화, IT하드웨어, 반도체 등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5.59% 오른 SK하이닉스(000660)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POSCO도 3%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NAVER(035420), 현대모비스(012330), LG화학(051910), 신한지주(055550), LG생활건강(051900), 기아차, 삼성SDI(006400)등도 전 거래일보다 상승했다. SK텔레콤(017670)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부진한 하루를 보냈다.
◇"9월도 신중하게 접근"
8월 마지막 날은 기분 좋게 마무리했지만 녹록지 않은 증시 환경이 9월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합의, 미 금리 인하, 아베의 사과 등 무엇 하나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패시브(수동적 투자) 성격의 외국인 매매 비중이 높아 앞으로도 대외 변수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미·중 주식시장과 각종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SK증권도 9월부터 재개되는 무역협상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빠른 해결을 기대할 순 없다"며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증시는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소음보다는 '신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양증권은 변동성 장세인 만큼 대형주 위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의 경우 국산화·5G 등 진행형 이슈에 주목하되 실적과 연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