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강원도 횡성의 스키장 웰리힐리파크. 약 60㎝ 높이의 흙언덕과 깊은 웅덩이가 반복되는 '범피코스'에 쉐보레의 픽업트럭 콜로라도가 '부릉부릉' 배기음 소리를 내며 들어섰다. 쉐보레 브랜드를 상징하는 큼지막한 십자가와 넓은 그릴이 험상궂은 남성의 인상을 연상케 했다. 1918년 쉐보레 최초의 트럭인 '원톤'부터 전해져 내려온 픽업트럭의 전통을 계승하는 디자인이다.

콜로라도가 슬로프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콜로라도가 울퉁불퉁한 언덕에 오른쪽 바퀴를 얹었다. 차가 기울자 왼편의 바퀴가 허공에 떴다. 차는 균형을 유지했다. 한쪽 바퀴가 헛돌아도 언덕을 디딘 바퀴가 힘을 내며 난코스를 탈출했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디퍼런셜 록(차동 제어장치)이 작동한 것이다. 마치 유연한 발레리나가 사뿐사뿐 징검다리를 뛰어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감상은 운전석에 직접 앉아 범피코스를 통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험난한 지형을 넘는데도 큰 충격이 전해지지 않았다.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수석에 앉은 인스트럭터(지도강사)는 "트럭인데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처럼 서스펜션 세팅이 잘 된 것 같다"며 "너무 물렁물렁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느낌"이라고 했다.

범피코스에 이어 스키장 슬로프를 개조한 오프로드 코스로 나아갔다. 자갈밭과 흙이 자욱한 가파른 언덕이었다. 4륜모드로 설정하고 가속페달을 밟자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 없이 차가 튕겨 나갔다. 요란한 엔진 소리를 기대했지만, 의외로 정숙했다. 작은 차에서 느껴지는 경쾌함과 큰 차를 탈 때의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최고 312마력을 내는 3.6L V6(6기통 직분사) 엔진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콜로라도가 슬로프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오프로드 운행에 안전을 더한 노력도 엿보였다. 언덕 위에서 브레이크를 떼도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이 작동해 차가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3초가 지나자 차가 알아서 기어를 '드라이브'로 바꿨다. 스티어링 휠로 방향을 바꿀 때도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조작이 부드러웠다. 오프로드에 걸맞은 거친 운전을 기대했지만, 의외의 편안함에 이질감을 느꼈다. 다만 뒷좌석에 앉은 다른 시승자의 입에서는 '어이쿠' 소리가 간간이 새어 나왔다.

콜로라도는 중형 픽업트럭 중 높은 출력과 적재하중(1170L), 트레일러 견인 능력을 갖췄다. 견인할 수 있는 최대 무게는 3.2t(톤)을 넘긴다. 무거운 캠핑용 트레일러나 수상레저용 보트도 무리 없이 끌 수 있다. 이날 콜로라도 수입사인 한국GM은 웰리힐리파크 주차장에 중대형 트레일러를 결착해 운행하는 코스를 마련했다. 운전석에 앉아 ‘히치 어시스트 가이드라인’을 켜니 후방 카메라 화면에 주황색 선이 함께 표시됐다. 이 선은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오른쪽, 왼쪽으로 돌릴 때마다 같이 구부러지며 결착을 유도했다.

1.8t 트레일러를 결착하고 구불구불한 코스 운행에 나섰다. 속도 방지턱을 넘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코너에서 트레일러 길이를 고려해 넓게 돌아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콜로라도에 트레일러를 결착해 운행하고 있다.

콜로라도는 픽업 트럭인 만큼 화물 적재 편의성에도 신경을 썼다. 범퍼 모서리에 발판을 달아 적재함에 오르지 않고도 손쉽게 화물을 옮길 수 있도록 했고, 적재함 문에 모터를 달아 천천히 열리게 해 안전사고를 예방했다. 또 어두운 곳에서도 적재함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별도의 조명을 달았고, 적재함 안쪽 바닥을 특수 코팅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실내에도 각종 버튼과 다이얼을 큼지막하게 달아 운전자가 장갑을 끼고도 조작할 수 있게 했고, 2열 시트 하단엔 공구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적재함을 비치했다.

2시간 남짓 차를 몰아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차문을 열자마자 실내가 단조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옷을 패션보다는 기능 위주로 입는 ‘아저씨’의 경우랄까. 투박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가 세련됐다면 반전 매력을 더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콜로라도에 오토바이를 적재한 모습.

연비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이날 시승행사는 오프로드 코스만 달렸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의 성능이나 연비를 시험할 수 없었다. 통상적으로 가솔린 엔진의 경우 디젤보다는 연비가 떨어진다. 국내 픽업트럭 수요층이 대부분 자영업자임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능동형 연료 관리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을 통해 견인 중량, 주행환경 등에 따른 엔진부하에 따라 6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만 활성화된다"며 "이를 통해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발표한 콜로라도의 복합연비(2WD 기준)는 L당 8.3㎞로, 고속연비와 도심연비는 각각 10.1㎞, 7.3㎞다.

콜로라도는 후륜 구동을 기반으로 한 'EXTREME(익스트림) 트림,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EXTREME 4WD 트림, 스타일 패키지를 적용한 EXTREME-X 트림 등 총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EXTREME 3855만원, EXTREME 4WD 4135만원, EXTREME-X 426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