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사가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27일 밤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22차 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5월 말 교섭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이다. 노사는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기 타결에 집중한 결과, 장기파업을 벌였던 과거와 달리 속전속결로 합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대차 안팎에서는 회사 측이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일시금 지급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아자동차사례를 들어 일시금 지급을 주장해 왔다. 기아차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1인당 평균 19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했다.
현대차 사측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2심까지 승소했다. 그러자 노조는 소송 당시 박근혜 정권의 '재벌 편들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일시금 지급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 임단협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측은 경제위기를 들어 대승적 차원에서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양보했다. 우리사주 15주와 입사 연수에 따라 200만원에서 6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통상임금 갈등을 정리하고 관련 소송도 중단하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 임단협은 과거와 달리 사측이 대폭 양보한 측면이 있다"며 "현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내세우다 보니 임단협을 끌어봤자 정부에 밉보일 수 있어 알아서 빨리 합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단협 잠정 합의안은 기본급 4만원 인상과 성과금 150% 및 일시금 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근속기간별로 200만~600만원과 우리사주 15주도 지급한다.
잠정합의안이 통과되면 근속기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림잡아 직원 1인당 600만~700만원의 연봉 인상 효과가 있다. 지난 6월 기준 현대차 직원이 6만9000여명 정도인 걸 고려하면 사측은 1년에 4100억~4800억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KB증권은 28일 낸 보고서에서 현대차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피함으로써 최소 3800억원의 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익은 고스란히 인건비로 돌아가는 셈이다.
노조는 9월 2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