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니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의 지난해 예산 집행이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율주택정비사업 집행률은 1%에 그쳐 사실상 전혀 추진이 안 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업성이 떨어져 진행하는 곳이 적었기 때문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정비구역 1만㎡ 미만(작년 기준·올해는 2만㎡ 미만) 구역에서 단독주택 10가구 이상이나 다세대주택 2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그보다 더 소규모로 단독주택 10가구 미만이나 다세대 20가구 미만이 대상이다. 기존 가로나 기반시설은 그대로 두고 소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것으로, 정부가 대규모 정비사업인 재개발·재건축의 대안으로 꼽으며 지원을 늘리고 있는 사업이다.

28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18년 회계연도 국토교통위원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해 융자 지원 비용으로 지난해 책정된 예산의 집행률은 33.8%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만 쓰였다. 계획예산은 2000억원이었던 반면 실제 쓰인 예산은 675억원에 불과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더 심각해서, 집행율이 1.4%로 한자릿수에 그쳤다. 1444억원의 예산이 융자 지원 목적으로 계획됐는데 지난해 한 해 동안 21억원만 쓰였다. 가로주택·자율주택 정비사업을 합하면 3444억원의 예산 중 실제 쓰인 돈은 696억원(20.2%)에 불과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대전 판암동 자율주택정비사업 준공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정부는 금리가 연 1.5%인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두 사업 모두 사업비의 절반까지 융자를 지원하고 있다. 전체 연면적의 20% 이상을 공적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사업비의 70%까지도 융자 지원이 가능하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까지 초기사업비 5%를 우선 대출해준 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본사업에 착수하는 경우 공정에 따라 나머지를 융자해주는 방식이다.

예산 집행이 더뎠던 이유는 사업을 진행하는 구역이 워낙 적었기 때문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30개 조합에 대한 융자를 목표로 초기사업비 200억원과 본사업비 1800억원을 합해 200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목표치와 달리 작년 초기사업비 지원을 받은 조합은 14곳(138억원)이었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본사업비를 지원받은 조합은 총 7곳(537억원)에 그쳤다. 예산정책처는 "당초 계획과 달리 조합설립에 상당 기간이 소요되고 초기 사업비를 융자받은 조합이더라도 주민 분담금이나 사업비 확정 등에 관한 이견으로 사업시행인가가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의 경우 국토부는 120개 사업 지원을 목표로 1개 사업당 평균 사업비가 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비 융자 비율 50%에 공정률 60%를 산정해 144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자율주택정비사업의 사업 단위인 주민합의체는 14곳만 결성됐고 실제 융자 지원이 이뤄진 곳은 3곳(21억원)에 그쳤다. 주민합의체는 토지등소유자 전원 합의를 거쳐야 구성되는데, 합의에 이르는 기간이나 행정절차 소요기간 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사업 예산을 책정했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국토부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을 추진하는 구역도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단위 사업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조합원 부담이 크고 정비업체가 진입하기에도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소규모 정비사업의 핵심은 부족한 사업성을 메우기 위한 금융지원"이라면서 "사업비의 80~90%까지도 융자 지원 수준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사업이 시작된 2014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80개 조합이 결성됐으며 이중 준공된 사업지는 1곳에 불과하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작년에 처음 도입됐으며 올해 8월까지 신고된 주민합의체는 66개, 완공된 사업지는 3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