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은 돈만 벌어가지 말고 세금도 제대로 내라."

구글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이 벌어가는 돈에 별도의 세금을 매기는 '디지털세(稅)' 부과가 현실화하고 있다. 프랑스가 지난달 24일 이 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고, 같은 달 17일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 회의는 디지털세에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도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하고 나섰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면서 디지털세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점차 격화(激化)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인터넷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와 산업적 특성을 남용해 사실상 탈세(脫稅)하고 있다며 자국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추가 과세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디지털세가 외국 기업, 특히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며 혁신 기술의 전파를 막고 시장 경제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글·애플, 세금 너무 적게 낸다"

논란은 프랑스의 디지털세(la taxe sur les services numériques) 법이 촉발했다. 이 법은 전 세계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프랑스 내 매출이 2500만유로(340억원)를 초과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온라인 광고, 중개 수수료, 데이터 판매 수익 등이 과세 대상이고, 인터넷 쇼핑이나 결제 서비스 등은 제외했다. 프랑스 경제매체 BFM은 "이 범주에 30여개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이 해당한다"며 "사실상 구글·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당장 내년부터 해당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프랑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조세 형평성이다. 구글·애플·아마존·MS 등이 프랑스에는 업무 지원 부서만 두고, 실제로 돈을 버는 사업부의 본사는 법인세가 낮은 외국에 두는 식으로 매출을 빼돌려 곧이곧대로 세금을 내는 자국 기업들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프랑스 내 매출이 39억유로(5조3000억원·추정치)인데, 실제 신고한 금액은 5분의 1인 8억유로(1조800억원)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구글은 전체의 85%, 페이스북은 74%, MS는 73%, 아마존은 58%의 매출을 축소·신고해왔다고 프랑스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이 실제로 적용받는 법인세율은 9.5%로, EU의 평균 법인세율 23.2%의 5분의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법안은 연간 5억유로(6790억원)의 조세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원과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이에 자극받은 영국도 내년 4월 적용을 목표로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소셜미디어와 검색 엔진, 인터넷 쇼핑 사업 등을 대상으로 해당 매출의 2%를 세금으로 걷으려 한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와 비슷한 내용의 디지털세를 2021년부터 도입 예정이고, 스페인과 스웨덴, 오스트리아도 추진 중이다.

◇반대 크지만 '대세' 될 듯

반대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세는 지난해 3월 EU 차원에서 추진되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반대하고, 독일마저 유보적 입장을 보이면서 무산됐다. 이 국가들은 "EU가 아닌 세계적 차원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세금이 사실상 외국 기업에 대한 비관세장벽이 되어 자유무역의 원칙과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발전에 저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은 아일랜드에, MS는 벨기에에 핵심 사업부의 본사를 두고 있고, 네덜란드에는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있다"면서 "이 국가들의 디지털세 반대 입장은 자국의 이익을 고려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미국도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섰다. UST R(미국무역대표부)는 지난달 10일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 무역 관행에 해당할 수 있다"며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실태 조사를 시작했다. 또 프랑스산 와인에 대한 보복 관세와 수입 제한 조치 등도 고려하고 있다.

디지털세는 그러나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大勢)가 되어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G7 재무장관들이 디지털세의 필요성에 합의함에 따라 국제적 차원의 (디지털세) 부과 논의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T 서비스를 소비하는 나라가 과세할 수 있어야 하고,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