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건설업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 공사가 많은 경우와 외화 자산이 많은 경우 등 환율이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건설사 사정에 따라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오른 1217.8원에 마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100원 근처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4월부터 부쩍 오르기 시작해 8월부터는 1200원대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이어진 데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건설업계도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해외 공사가 많은 대형 건설사의 경우 자칫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회사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파생금융상품 등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완전히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우즈베키스탄 칸딤 가스처리시설(UKAN) 현장.

현대건설의 상반기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순자산이 약 3300억원 느는 효과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미널 공사,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등 공사 금액이 많은 현장이 많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는 경우 세전이익이 약 202억원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 역시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는 경우 세전이익이 230억원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해외 공사의 경우 환율변동 위험을 줄이는 조처를 먼저 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는다"면서 "수주를 놓고 보면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현장의 공사대금 자체가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외화가득률이 매우 낮은 산업"이라면서 "공사대금을 외화로 받지만, 비용도 대부분 외화로 쓰기 때문에 환율이 이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외화자산이 많고 적음에 따라 생기는 영향은 있다"면서 "해외 기업을 인수했거나 해외 법인이 많은 자산을 가진 경우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는 환율이 단기간에 많이 움직일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플랜트 공사를 하는 경우 공사대금을 받기 전에 핵심 장치들을 먼저 계약해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기간에 환율이 크게 오르내리게 되면 예상치 못한 이익이나 손실이 날 수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환율이 단순히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는 변동성이 더 큰 위험 요인"이라면서 "수입과 지출을 최대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공사 계약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대금 지급 조건을 바꾸거나 추가 계약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넣는 경우도 많아 환율 변동이 큰 위험 요인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공사하는 건설회사의 수익이나 수주 여건에 다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소 건설회사의 경우 위험을 사전에 막을 여력이 없는 경우가 있어 다소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