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지난달 국내 시장에 출시된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출고가 시작됐다. 이 차가 친환경차 기준을 충족한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늦어지면서 출고가 지연된 것이다.

출시 초반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신차 효과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현대차는 정부의 늑장 발표로 한 달간 속을 태웠다.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 하이브리드차 대신 국산 하이브리드차로 쏠렸던 소비자들의 관심도 한풀 꺾이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22일 출시된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23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 21일 오후 첫 차가 출고돼 고객에게 인도됐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에 따라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에디슨모터스의 이화이버드, 제이제이모터스의 브이버스 등 2종의 전기버스가 친환경차 기준을 만족한다고 고시했다.

지난달 21일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뒤 한 달간 정부의 세제혜택 적용 발표를 애타게 기다려 온 현대차는 이 차가 친환경차 기준을 만족한다는 내용의 관보가 올라온 것을 확인한 직후 출고를 시작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반적으로 정부가 친환경차 기준을 만족한다고 확정 고시된 이후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친환경차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아야만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적용받아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세제혜택을 적용받을 경우 각 트림별로 가격이 13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낮아진다. 최고급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의 경우 가격이 3742만원이지만, 친환경차로 세제혜택을 받으면 3599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지난 21일 관보에 게재된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산업부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2종의 전기버스가 친환경차 기준을 만족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의 친환경차 인정 고시는 보통 출시와 비슷한 시점에 나온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출시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RAV4도 5월 1일 사전계약 시작 전인 4월 23일에 산업부로부터 친환경차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현대차 역시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를 앞두고 정부에 친환경차 인정 신청을 냈지만, 산업부는 별다른 이유없이 한 달이 지나서야 관보를 게재했다. 이 때문에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사전계약한 구매자 2000여명은 차를 받지 못해 속을 태웠다. 이미 제작을 마친 차량 수백대도 기약없이 아산공장에 방치됐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차 인정 고시를 받으려면 업체가 제출한 서류의 접수와 검토, 전문기관의 검증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때로는 이 과정에서 며칠이 더 소요되는 경우가 잦다"며 "특별히 쏘나타 하이브리드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 RAV4의 경우 일찌감치 올해 3월에 친환경차 인정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출시 시점에 맞춰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속히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친환경차로 추가해 출시와 동시에 판매가 이뤄졌다면, 입소문을 타고 이 차가 소비자들로부터 훨씬 뜨거운 관심을 받았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반도체 첨단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는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올들어 국내 수입차시장을 주름잡던 렉서스 ES300h 등 일본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이 꺾인 대신 국산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구매열기가 높아졌다. 특히 현대차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지난달 21일은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이 한창 뜨거울 때였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솔라루프 시스템이 적용됐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이미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차다.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솔라루프 시스템’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돼 리터당 20.1km에 이르는 높은 연료효율성을 갖춰 일본차 대신 이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유없는 정부의 늑장 고시로 한 달이나 출고가 늦어지면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도 한풀 꺾여버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출시 초반에 정부의 고시가 늦어져 기대했던 신차 효과를 놓치게 됐다"며 "정부가 일본과 어려운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