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규제 기준 충족했지만 더 보수적으로 권유 예정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비상시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외화 자산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주문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환율전쟁 심화,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유럽 경기침체 등 하반기 경제가 잇단 악재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5일 "현재 모든 은행이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80%를 넘겨 규제 기준을 충족했지만, 하반기엔 더욱 경각심을 갖고 보수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평균 대비 비율이 낮은 은행에는 유동성을 좀 더 확보할 것을 권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경기 침체 등에 대비해 은행권에 비상시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외화 자산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주문하기로 했다.

외화 LCR은 은행이 1개월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외화부채-외화자산) 대비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고유동성 외화자산 비율을 말한다. 고유동성 외화자산엔 현금, 지급준비금, 국채 및 국채에 준하는 채권, 비금융기업 회사채 등이 포함된다. 평균 외화 LCR은 2017년 60%에서 올해 80%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은행들은 80% 규제 비율을 모두 충족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 기준 국내 은행의 외화 LCR 평균은 111.2%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중에선 SC제일은행이 177.47%로 가장 높고, KEB하나은행이 123.49%, 국민은행이 118.46%, 신한은행이 112.44%, 우리은행이 107%, 씨티은행이 90.12%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이 외화 LCR을 110% 이상으로 높이라는 권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외화 LCR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이 강화되면서 원화 약세(환율 상승)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달러 공급 감소로 수급 측면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걱정거리다.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17년 0.49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한 지난해엔 0.95로 급등했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는 0.97을 기록해 1에 근접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 외환당국이 달러당 위안화가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를 용인했는데, 위안화 약세는 곧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에 판가름날 노딜 브렉시트 여부 역시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의 경기 침체 흐름이 강해질 수 있고, 이는 유럽연합(EU)에도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브렉시트 향방이 확정되기 전까지도 그로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유럽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은행이 지금보다 외화 LCR을 높이려면 보험 성격의 현금성 외화 자산을 쌓아둬야 해 수익성이 다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중은행 모두 규제 비율을 넘겼기 때문에 추가 외화자산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 봤을 땐 안정적인데다, 무조건 외화 LCR이 높아야만 좋은 것도 아니다"라며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