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V가 올 2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에서 2013년 이후 최고 성적(48%)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세계시장 1위로 31.5%를 차지했고 LG전자는 16.5%를 기록했다. 삼성과 LG가 세계시장의 절반 정도를 장악한 것이다. 하지만 TV 판매 수량으로 보면 한국 TV의 점유율은 31.8%로 떨어진다. 이렇게 금액 기준 점유율이 껑충 뛰는 이유는 바로 프리미엄 TV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고가 TV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예컨대 2500달러(약 30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무려 53.8%의 점유율이다. LG전자도 17.8%에 달한다. TV업계 관계자는 "저가의 LCD TV 물량 공세를 펴는 중국 업체들에 끌려가지 않고 삼성과 LG는 QLED(퀀텀닷 TV)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라는 고가 제품군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LCD보다 진보한 QLED와 OLED TV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신개념 TV인 QLED와 OLED TV의 세계 1위다. 현재 세계 TV 시장의 대부분은 LCD(액정 표시장치) TV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LCD TV는 매년 화면 크기를 키우고, 제품 두께를 얇게 하는 혁신을 거듭하는 '프리미엄TV'였다. LCD TV는 유리판 사이에 액체와 고체의 중간 특성을 가진 액정을 넣고 전기로 액정의 배열 상태를 바꿔 색을 표현한다. 스스로 빛을 못 내다 보니 뒷면이나 옆면에 광원을 달아야 한다.

한국 TV가 높은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돌돌 말리는 롤러블 OLED TV. LG전자는 이 TV를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5000만~1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이런 LCD TV에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것이 QLED TV다. 빛을 받으면 각각 다른 색을 내는 양자(퀀텀)를 필름 형태로 만들어 화면에 부착한 방식이다. 70~100인치의 초대형 화면에서 최고의 화질을 표현하는 데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QLED TV를 내놨다. 다만 기본적으로 LCD 패널을 활용하기 때문에 여전히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가 필요해 두께를 아주 얇게 하는 데는 불리하다.

LG전자의 OLED TV는 화면 스스로 빛을 낸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완벽한 검은색 표현을 할 수 있다. 얇은 두께의 TV도 만들 수 있다. LG전자가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를 개발한 것도 OLED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장시간 TV를 켜놓으면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이 있고 가격이 비싸다.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는 전부 OLED 패널이다.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9’ 행사 때 모델들이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소개하는 모습.

QLED와 OLED는 LCD보다 신기술이라 제조 비용이 비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LCD의 생산단가는 431달러지만, OLED 생산단가는 868달러다. 그만큼 판매가도 비싸다. 4K(초고화질) TV 기준 LCD TV의 평균 판매가는 693.6달러인 데 반해 QLED TV는 1938.5달러, OLED TV는 2183.5달러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는 QLED 4K 64인치 스탠드형 가격이 504만원으로 표시돼 있고, LG전자 온라인몰에는 65인치 OLED TV AI씽큐를 470만원에 판다.

◇화소 경쟁 주도하는 한국 TV

삼성과 LG는 이런 프리미엄 TV를 앞세워 8K 화소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8K TV는 화면 가로에 약 8000화소가 촘촘히 박혀 있는 TV다. 선명도가 4K TV의 4배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한국과 유럽, 미국, 러시아에 8K QLED TV를 내놨고 올 5월에는 'QLED 8K 98인치 TV'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 가격은 7700만원이다. LG전자도 지난 6월 88인치 초대형 화면의 '시그니처 OLED 8K TV'를 출시했다. 가격은 5000만원이다. LG전자는 북미·유럽 등에도 8K OLED TV를 출시할 계획이다. 가장 비싸고 좋은 제품은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는 전략이다. 일본 소니도 삼성·LG의 전략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한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은 여전히 중국이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잉크젯 OLED 기술을 개발했다. 잉크젯 OLED 기술은 잉크젯 프린터가 잉크를 뿌려 인쇄하듯 OLED 용액을 분사해 화면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OLED 기술 대비 생산비를 15~25%가량 줄일 수 있다.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 등 TV 업체들도 연내에 8K TV를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