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비율 34.7%…2014년 9월 이후 최고
전문가 "외환건전성 악화 가능성 예의주시 해야"

미·중 무역갈등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확전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외환건전성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단기외채 비율이 7년만에 가장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로 유입된 핫머니성 외화자금 증가속도가 7년만에 가장 빨랐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4년 9월말 이후 4년 9개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외채 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동에 따라 국내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의미한다. 외국인이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따라 자금을 쉽게 뺄 수 있는 단기채권 중심으로 국내 자산에 투자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2분기 단기외채 비중 상승을 외환건전성 악화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의 국내 국채·통안채 투자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고, 단기외채 비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9년 6월말 국제투자 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4.7%로 석 달 전보다 2.8%P(포인트) 상승했다. 단기외채 비율은 지난 2014년 9월말(34.2%) 이후 4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지난 2분기 상승폭은 2012년 2분기(3.2%P) 이후 7년만에 가장 컸다.

조선DB.

전체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30.3%로 0.6%포인트 올랐다. 단기외채 비중 역시 2013년 1분기(30.2%) 이후 최고다.

단기외채는 외국인들이 보유한 만기 1년 미만이 채권 혹은 대출금 등으로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외국에서 유입된 자금 중 ‘핫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단기외채 상승은 대외지급 능력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은 2분기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진 것에 대해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증가, 외국계 은행 지점의 영업용 자금 본점 차입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외국인의 국채 투자잔액(866억달러)은 전분기 대비 62억달러 증가했다. 통안채 등 단기채권 투자잔액(127억달러)은 전분기 대비 25억달러 증가했다. 외은지점 등의 단기 차입금(703억달러)은 전분기 대비 41억달러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기외채 비율 상승은 올해 2분기 중 원화채권에 대한 외국인 수요·투자 확대 등으로 비롯된 것"이라며 "외은지점의 본점차입 증가는 국내 영업활동 및 원화채권 투자 확대 등을 위한 것으로 국내은행의 외환건전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단기외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들어 내외 금리차가 커지면서 외화자금 시장에서 단기 차익 위주의 자금 거래가 늘어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의 통안채 보유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외환당국이 외화자금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6월말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받아야 할 채권(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 규모는 4711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보다 31억달러 줄어들었다. 갚아야 할 대외채무가 4521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215억달러 증가한 반면, 대외채권은 9331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증가액이 184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받을 돈이 갚을 돈보다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 주가 상승으로 대외금융자산(1조6215억달러)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금융자산은 대외채권에 지분, 주식(펀드), 파생금융상품 등을 포함해 만기, 금리 등이 미확정된 금융자산까지 포함한 것이다. 대외금융부채(1조1592억달러) 역시 최고치였다.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부채보다 더 크게 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이 전분기 대비 260억달러 늘어난 4623억달러로 나타났다. 이 역시 사상 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