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잡아라" 유통업계 '물류혁신' 투자 속도
SSG·롯데 전용 물류센터 짓고 홈플러스 기존 점포를 물류기지로
아마존·월마트는 로봇·드론 통한 물류혁신

온라인에 밀려 고전하는 유통업계가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새 승부처는 '물류 혁신'이다. 주요 대형마트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새로운 배송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물류체계 개편에 들어갔다. 최첨단 물류센터를 구축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배송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이에 유통업계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거나 개별 점포를 물류기지로 전환하고 있다. 별도 물류센터와 기존 점포를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주간은 물론, 점포가 문을 열지 못하는 새벽과 휴일 배송 수요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 원천 풀필먼트센터(FC)에서 배송될 물건이 트레이에 담겨 자동화된 컨베이어 벨트 위를 이동하는 모습.

◇이마트·롯데는 '전용 물류센터'…홈플러스는 점포에 물류센터 접목

최근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에 물류센터를 접목한 '점포 풀필먼트센터(FC)' 3호점을 열었다. 고객이 장을 보는 마트의 지하 1층에 2000평 규모의 물류센터가 있는 구조다. 이곳에는 3000여종의 상품이 진열돼 있고, 진열대 사이로 자동화된 컨베이어 벨트가 흐른다. 장보기 전문사원인 '피커'들은 물건을 담을 트레이 선정부터 상품 위치, 최종 검수결과 등을 디지털 피킹 시스템(DPS)을 통해 전달받는다.

홈플러스는 "2021년까지 전국 10개 지점을 '풀필먼트센터'로 만들어 온라인 사업 매출을 2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기존 점포를 활용해 별도 물류센터를 짓는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자택에서 가까운 도심에서 배송을 해결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도심 내 소규모 물류거점에서 고객 주문을 처리하는 모태기업 영국 '테스코'의 전략과 비슷하다.

문제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점포 중심의 물류센터는 유통산업발전법, 의무휴업일 등의 규제를 받는다는 한계가 있다. 격주 일요일마다 문을 닫는 홈플러스는 이때 물류센터도 운영할 수 없어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올해 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새벽배송 시장을 잡으려면 점포 기반 물류센터 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기도 김포시의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내부 모습.

이에 이마트(139480)와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한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있다. SSG닷컴은 용인과 김포에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를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김포에 3번째 물류센터를 열 예정이다. 세곳이 동시에 가동하면 하루 평균 8만 건 정도의 상품을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SSG닷컴이 네오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하면서 온라인 사업을 확대한 SSG닷컴은 주간과 새벽배송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전국 100여개 이마트 점포의 피킹(고르기)·패킹(포장) 센터에서도 5만여건의 주문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도 이같은 '투트랙 전략'으로 주간과 야간, 새벽 배송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로 제한된 롯데마트는 야간배송을 담당하고, 롯데슈퍼의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인 '롯데프레시'가 새벽배송을 맡는 식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가 치열한 온라인 배송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물류센터 고도화를 통해 배송 정확도를 높이고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며 "상품 적재부터 재고 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아마존식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월마트는 로봇·드론으로 '라스트마일' 선점 경쟁

이달 미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아마존 소포 배송을 시작한 자율주행 로봇 '스카우트'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라스트 마일(last mile·최종 배송 구간)' 선점을 향한 전 세계 유통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 유통공룡 아마존과 월마트는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스타트업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IT 기업인 알파벳(구글)까지 물류 투자를 확대하면서 '물류혁신'이 유통업계 최대 격전지가 됐다.

세계 곳곳에 900여개의 물류센터를 구축해놓은 아마존은 올해 초 음식 배달 서비스 딜리버루에 투자하고 자율주행 배송로봇 스타트업 디스패치를 인수했다. 이달부터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배송도 시작했다.

유통업계가 이처럼 '라스트 마일'에 투자하는 이유는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비용 절감 목적도 크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체 물류 비용의 53%가 라스트 마일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이용하면 라스트 마일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약 40%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