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거래일 만에 돌아온 외국인의 도움을 받은 코스피지수가 1960대를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2% 넘게 오르며 600선 고지를 재탈환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글로벌 재정정책 확대 등의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여전한 만큼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선DB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5%(20.35포인트) 상승한 1960.25로 장을 마쳤다. 이틀 연속 강세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722억원, 601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으나 외국인이 지난달 30일 이후 처음으로 1137억원어치를 사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기관이 7894계약을 순매수하고 외국인이 762계약, 개인이 6754계약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2.08%(12.36포인트) 오른 607.01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이 272억원, 외국인이 4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개인은 229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날 한국 증시는 장 초반 불안한 흐름을 보이다가 서서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 유예기간을 90일 연장한다고 발표한 점,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중국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알려진 것보다 더 긍정적이었다고 발표한 점 등이 미·중 무역분쟁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독일, 중국에 이어 미국도 중산층 세제 혜택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 역시 글로벌 부양정책 확산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전날 부진했던 반도체 관련주가 힘을 낸 점도 시장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장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1.95%, 1.73% 상승하며 코스피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피 업종별로 보면 종이목재, 서비스, 전기전자, 화학, 증권, 의약품, 건설, 철강금속, 운수창고, 비금속광물, 통신, 음식료품, 기계, 유통, 운송장비 등이 전거래일 대비 올랐다. 은행과 섬유의복, 보험 등은 지지부진한 주가 움직임을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오름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대형주 쇼핑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NAVER(035420)가 4.68%나 상승했고 현대모비스(012330), 셀트리온(068270), POSCO등도 1% 넘게 올랐다. 현대차(005380), 신한지주(055550), 기아차등은 전날보다 떨어졌다.

국내 증시가 2거래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으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대신증권(003540)은 적극적인 매수세가 발생했다기보다는 짙은 관망심리 속에서 기대감이 유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2년물의 금리 역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극도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으나 미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 뒤 R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1977년 이후 5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었는데 모두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에는 경기확장 국면에서 금리 역전이 발생했으나 현재는 경기둔화 국면이고, 또 과거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에도 글로벌 증시 상승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따라서 지금은 R의 공포를 반영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