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성능 확보 어려워… 성공 부담 관측도
삼성전자 "연내 출시 목표… 확정은 아냐"

‘아마존, 구글, 애플,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출시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입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 최근 빠르게 제품 판매를 늘리고 있는 중국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은 전 세계 주요 테크 기업이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는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한데 유독 AI 스피커 시장에선 삼성전자(005930)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차세대 반도체, 폴더블 스마트폰,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삼성전자가 AI 스피커 시장에선 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걸까요?

지난해 8월 제품 공개 후 1년째 출시 안 돼

삼성전자가 AI 스피커에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이 시장을 노리지 않는 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9일(현지 시각)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Barclays Center)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9 언팩(공개) 행사에서 ‘갤럭시 홈(Galaxy Home)’이란 제품명으로 이미 한 차례 제품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2016년에 인수한 오디오·전장업체 하만의 기술과 삼성전자 AI 플랫폼 빅스비(Bixby)를 접목해 공개 당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글로벌 1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Spotify)와의 제휴 소식까지 알려지며 출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홈’ 제품 이미지.

그런데 그게 끝이었습니다. 2018년 안에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 빗나갔고, 처음 제품을 선보인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9’에 갤럭시 홈을 전시하긴 했지만, 제품 출시와 관계없는 이벤트성 전시였습니다.

올해 8월 7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진행된 갤럭시 노트10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홈 출시 계획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이 또한 빗나갔습니다.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엔 여전히 ‘갤럭시 홈 커밍 순(Coming Soon)’이란 문구만 떠 있는 상태입니다.

◇'성능 확보 난항' 관측.... 삼성 "확정 아니지만, 연내 출시 목표"

1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홈 출시 일정과 관련해 "연내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확정된 일정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갤럭시 홈의 출시 일정을 올해 4월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특별한 언급 없이 출시가 미뤄졌기 때문에 정확한 출시 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셈입니다.

업계에선 갤럭시 홈 출시가 늦어지는 배경과 관련해 "AI 스피커 핵심 기능인 음성인식 성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AI 플랫폼인 빅스비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달리 스피커를 통해 정확하게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관측입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폰과 AI 스피커는 사용 환경이 다른만큼 인식률, 정확도 등 음성 인식 성능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탁월한 성능 확보가 쉽지 않아 삼성 내부적으로도 관련 연구를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개발 과정을 통해 제품 형태 등이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홈’ 제품 이미지.

빅스비가 주인공이었던 갤럭시 노트9 언팩과 달리 갤럭시 노트10 언팩 행사에서 한 번도 빅스비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점입니다. 노트10에선 스마트폰 이용자의 빅스비 사용을 유도하는 물리적 버튼도 사라졌습니다. 노트9에 있던 빅스비 작동 버튼을 아예 없앤 것입니다.

AI 스피커 분야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제품 성패 관련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선두 업체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하고 경쟁사보다 음성 인식률이 현격하게 떨어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 기기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을 가진 삼성전자가 기기 통제 허브 역할을 하는 AI 스피커 사업을 포기하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AI 스피커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한 300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1년 사이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며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