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 등 6월 이어 7월에도 마이너스 가능성
개소세 인하 불구 승용차 판매 연중 감소세 지속
"경기역행적 정책 수정해야 경제 불확실성 해소"

7월 소비지표가 1분기 마이너스(-0.4%) 성장 쇼크를 촉발한 2월 수준으로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고민 중인 기획재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소비 강도의 척도 역할을 하는 국산 승용차 판매는 석달 연속 감소 중이고,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액은 다섯달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생산 등 내수 관련 지표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마이너스(-)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수출, 생산 침체에도 나홀로 경제성장을 떠받쳤던 민간소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각종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민간의 소비활력을 지탱하는 것에는 효과가 없었다는 게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 내수활성화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역 앞 수제화 거리. 이곳에 있는 많은 가게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소비지표, 마이너스 쇼크 2월 수준으로 악화"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3.7% 감소하며 석달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이어갔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매월 발표되는 산업활동동향의 소매판매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승용차 판매량은 내수 소비 강도를 좌우하는 내구재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산·수입산 승용차 판매는 올해 들어 1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국산 승용차 판매량 감소 등을 감안하면 7월에도 승용차 판매는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소매판매 등 내수 소비 지표가 6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했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백화점·할인점에서의 판매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7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대비 3.4% 감소해 4월 이후 석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비 10.7% 감소, 넉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감소폭은 지난 2월(-10.8%) 이후 가장 컸다. 국산 승용차 판매, 백화점 매출액, 할인점 매출액이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지난 2월 이후 다섯달 만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0.4%)’을 촉발했던 2월 소비 빙하(氷河)가 한여름인 7월에 재연됐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나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지표들도 증가폭이 크게 둔화되는 추세다. 지난 5월 14.5% 증가했던 온라인 매출액 증가율은 7월에는 1.7%로 부진했다. 증가폭이 두 달 사이에 10분의 1토막 난 셈이다. 내수의 또 다른 한 축인 관광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수 증가율은 7월 26.9%로, 5월(35.2%)에 비해 둔화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주요 소비지표 동향 (단위 :%, 자료 : 기획재정부)

◇‘백약이 무효’ 내수활성화 대책…"성장 친화정책으로 전환해야"

이런 이유로 수출·생산 부진에도 경제성장을 지탱했던 내수 소비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4년(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들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는 것도 민간 소비 악화 추세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수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소비까지 주저앉으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3일 추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기재부 각 국실에 주문했다. 지난 16일 확대 간부회의에서는 "내수 등 하반기 경제활성화에 전 국실이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내놓을 해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소비 진작을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율을 3.5%에서 1.5%로 깎아주는 정책을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승용차 판매는 올해 내내 감소했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환원’의 시행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방안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승용차, 가전제품 개소세 인하는 정부가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내수 활성화 정책인데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고, 유류세 인하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도 제한적"이라면서 "대내외 경제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에 단발적인 정책으로는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같은 경기역행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경기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