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14일(현지 시각)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국채 2년물 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1978년 이후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사례가 총 5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여기에 독일 경제가 지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0.1%)하고,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이 4.8% 증가에 그쳐 17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채권발(發) 경기 침체 신호'가 나타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지난 14일 유럽 증시는 2%, 뉴욕 3대 지수는 올 들어 최대폭인 3% 급락했고, 15일엔 일본과 대만 증시가 1%가량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출렁였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한때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619%, 2년물 금리가 1.628%를 기록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더 낮아지는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예금처럼 채권도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불확실한 미래까지 돈을 오래 빌려주면 더 높은 금리를 받는 게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만간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인식이 퍼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장기 채권에 대거 몰리게 되고 이는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장기채권 금리가 단기채권 금리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과거부터 경기 침체의 전조가 됐다"며 "채권 투자자들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분명 시장을 휩쓸고 있는 비관론의 물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