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 2분기(4~6월)에 2986억원(연결 기준)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전체로는 9285억원의 적자를 내, 고(高)유가 탓에 2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던 2012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한전은 14일 올 2분기 매출 13조710억원, 영업손실 2986억원, 당기순손실 412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그나마 6871억원 적자를 냈던 지난해 2분기보다는 적자폭이 줄었는데 한전 측은 "원전 이용률 대폭 상승과 발전용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하락 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원전 이용률은 작년 2분기에 62.7%까지 떨어졌다가, 올 2분기 82.8%까지 상승했다. 한전은 매 분기 1조~4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본격화한 2017년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뒤, 작년 3분기를 빼면 매 분기 수천억대 적자를 내고 있다. 탈원전으로 멀쩡한 원전을 예방정비 명목으로 가동 중단하면서 적자가 누적된 것이다.

올 2분기 원전 가동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를 본 것은 정부의 미세 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NG에 비해 연료비가 40% 정도 싼 석탄발전 이용률은 작년 2분기 65.4%에서 올 2분기 58.6%로 떨어졌다.

한전은 여름철 전력 판매량 증가로 하반기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7~8월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완화에 따라 한전이 3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작년 3분기와 같은 반짝 흑자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한전 측은 이날 "지속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준비해서 정부와 협의, 내년 상반기까지 진전을 이루려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력예비율은 14일 9.4%를 기록, 전날 6.7%까지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통상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예비율이 10% 이상이어야 하는데, 지난 9일부터 정식 준공 전 시험 가동 중인 신고리원전 4호기(140만kW)를 전력 공급에 투입하고도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력거래소는 14일 전력 수요가 전날보다 더 늘어난 9180만k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대형 사업장 등에 "전력수요감축(DR·미리 계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크 타임에 전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을 요청할 수 있다"고 미리 통보했지만, 최대 전력 수요가 9005만kW(오후 4~5시 평균)에 그쳐 DR은 실제 발동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