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017년 제재 및 재발방지책 요구
제재는 끝났지만 방지책 없어 재발 가능

사망자 명의로 된 은행, 증권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악용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감사원의 지적이 있은 후 2년째 방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을 시도하는 개인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5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 방지책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 회사인 금융회사들이 공공 정보인 사망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맞는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감사원이 사망자 명의로 거래 가능한 계좌, 카드 등을 적발하고 금융당국에 제재 및 개선 방안을 요구한 가운데, 관련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7년에 사망자 명의의 은행, 증권 계좌가 335만4000개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계좌 중 일부는 ‘대포통장’ 등 금융범죄에 악용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시 감사원은 어떻게 사망자 명의 계좌가 개설됐고, 금융회사가 그것을 모를 수 있냐며 금융당국에 제재 및 보완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며 "최근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을 끝으로 사망자 명의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대한 제재는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사망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준 농협은행 직원 19명과 기업은행 직원 1명 등 총 20명은 감봉 또는 견책, 주의 처분을 받았다. 농협은행 A지점의 경우, 지난 2017년 11월에 정기예금계좌와 청약저축계좌 등 계좌 2개를 B씨 어머니인 C씨의 신청에 따라 B씨 명의로 개설해줬다. 그러나 B씨는 이미 6년 전인 2011년 10월 사망한 사람이었다. 농협은행은 사망 여부가 나와있지 않는 제적등본만으로 실명확인을 했다.

이들 은행 외에도 2017년 이후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은 물론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도 사망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줬다가 적발됐다. 대부분 대리인이 제출한 가족관계 확인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가족관계 확인서류로 계좌를 개설해주다보니 사망 여부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금융권에서는 지금도 사망자 명의로 계좌가 개설될 수 있고, 또 이 계좌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족관계 확인서류를 제대로 확인한다해도, 보통 이런 서류는 유효기간이 있어서 그 기간에 당사자가 사망했는지를 금융회사가 알 방법은 없다"며 "사망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을 마련해주지 않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금융회사가 지라는 것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사망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려는 소비자 역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감증명서의 경우 사망자의 대리인이 발급받을 경우 사문서 위조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며 "사망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행위 역시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처벌 등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