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갈등 같은 악재 때문에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당주'는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내리지 않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강세일 때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하지만 약세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생존 전략' 차원에서 고배당주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배당률이 높아지는 데다 나중에 주가가 회복될 경우 차익을 노리는 일석이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배당률이 높더라도 주가 자체가 급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은행·채권 금리 하락에 배당주 매력 커져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국내만의 상황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세계 증시에서 배당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 금리와 채권 금리가 1%대까지 하락함에 따라, 이보다도 높은 3~4% 이상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것)을 확보할 수 있는 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다. 또 현재의 하락장에서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일부를 배당 수익으로 메꿀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국내에선 기업의 주주 환원이 강조되며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배당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더욱 기대가 크다. 작년 코스피·코스닥의 12월 결산 상장사의 배당금은 22조9781억원, 평균 배당수익률은 2.15%였다. 최근 경기 둔화로 기업 신규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배당이 되레 늘 수 있다는 설명이다. 13일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전망치에 따르면, 작년 배당수익률이 4% 이상이었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28개였는데, 올해는 그 숫자가 34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가 넘는 기업도 63사에서 76사로 증가할 전망이다. 코스피에 상장된 건축 소재 기업인 쌍용양회의 올해 배당수익률 전망치가 7.1%에 달해 가장 높았다. 효성(5.96%), 현대중공업지주(5.76%), 두산(5.65%), 세아베스틸(5.27%) 등도 배당수익률이 5%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관 투자에 고배당주 주가도 양호

물론 배당만 많이 주고 주가가 바닥을 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고배당주 주가는 최근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배당주 투자를 늘리고 있는 영향도 있지만, 8월 들어 벌어진 증시 폭락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쓸어담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이경수 연구원은 "시장 하락 국면에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군의 성과가 가장 높았다"며 "방어적인 투자 유행, 그리고 기관 수급 모멘텀 요소가 현 장세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시장이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고성장에 대한 담보 없이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높은 배당수익률이 전망되는 동시에, 기관 수요가 이어지며 연말까지 좋은 성과가 예상되는 종목으로는 효성, 두산, 미래에셋대우, 동부건설, KB금융지주, 삼성증권, 하나금융지주, 현대모비스 등이 추천됐다. 일부 증시 전문가는 "최근 증시가 빠지면서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 지금이 고배당주 투자의 적기"라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배당 쇼크'에는 주의해야

그러나 배당주에 투자할 때에는 배당수익률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실적이 악화된다면 전년도보다 배당 규모가 줄어들며 '배당 쇼크'를 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고배당주 중에서도 하반기에 실적 회복이 예상되는 종목을 골라내 투자할 필요가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특정 업종에 베팅하는 것보다, 같은 업종 안에서 실적 개선 가능성과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