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원전 업체 두산중공업이 신사업인 가스터빈과 수소사업 추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전략으로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 9일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이런 계획을 밝혔다. 박 회장은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대형 가스터빈은 초도품 제작을 앞두고 있다"며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수소와 3D 프린팅 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참여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분야 대부분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은 가스터빈 제작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었다. 가스터빈 제작기술은 GE, 지멘스, 안살도, 미쓰비시 4개 해외업체만이 갖고 있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가스터빈 개발에 착수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가스발전소의 교체 주기에 주목하면서 2013년부터 가스터빈 국산화 작업에 착수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에 가스발전소는 56대가 있고 주로 1980~90년대에 만들어져 통상적인 수명(30~40년)을 고려하면 교체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도 수입보다는 국산화를 통해 교체하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연구개발을 끝내고 오는 9월 중으로 시제품을 김포복합화력단지에
설치해 2년간 시험가동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가동을 완료하는 대로, 수출에 나선다.

두산중공업은 탈원전으로 내리막인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수소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산, 저장·운송, 활용 3단계에서도 저장·운송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창원에 2021년까지 수소액화 플랜트를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건설한다. 영하 253도에서 액체로 바뀌는 수소의 성질을 이용해 수소를 액화시켜 저장하는 설비다. 완공되면 두산중공업은 하루 0.5t의 액화수소를 만들어 수소 충전소 등에 공급하게 된다.

두산중공업이 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주력인 원전 사업이 탈원전으로 막혔기 때문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 기기 제작에 이미 4927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보관 비용만 내는 처지다. 계획이 백지화되면 매몰 비용은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두산중공업의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82%로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주액도 1조2000억원에 그치면서 연간 수주 목표(7조9000억원)를 미달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영이 악화하면서 회사는 전체 직원 6000여명 중 과장급 이상 2400여명에 대해 순환 휴직을 하고, 250여명은 관계사로 보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투자자를 상대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9월 카자흐스탄과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2건의 해외 원전 사업 입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매장량 2위 국가지만 예산이 부족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측 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기자재 수출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