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분당·과천 등 전국 31곳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12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고, 주택 시장 안정을 보다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수도권 분양 시장이 급랭해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국토부 관계자와 부동산 전문가 설명을 통해 문답(Q & A)으로 풀어봤다.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택지에 확대 시행하면 정말 집값이 떨어지나.

당장 서울 강남 등 고가 신규 주택 분양가는 떨어질 수 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조치로 평균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른다는 연구 결과가 많고, 이전에 실시했던 분양가 상한제도 모두 실패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처럼 택지난이 만성화된 지역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 이익 감소가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신축 아파트 값이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에 재건축 관련 이주 상담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반포주공 1단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오는 10월부터 이주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정부가 전국 투기과열지구 민간 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로 하면서 이 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큰 난관을 맞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 민간 택지 적용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14일 입법 예고해 관계기관 협의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초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은.

지금까지는 3개월간 주택 가격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 오른 지역만 대상이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 전체가 대상이 됐다. 서울 전역 25개 구와 경기 과천, 광명, 성남 분당구, 하남,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총 31곳이다. 그러나 당장 이 지역들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주택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곳을 선별해 국토부가 지정할 계획이다. 이문기 국토부 실장은 "구체적인 지정 지역이나 시기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한다"며 "당장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영향권에 드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얼마나 되나.

주민 이주를 마치고 철거 작업에 들어간 재건축 단지까지 포함된다.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인 306개 사업지 대부분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착공 단계로 사업이 본격화된 76개 단지는 직접적인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착공에 들어갔지만 아직 일반 분양 승인을 받지 않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 2차 등 일부 단지는 오는 10월 시행령 공포 이전까지 분양을 서두르면 상한제를 피해갈 수도 있다. 사업 시행 초기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들은 조합원 추가 부담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속도가 지연되거나 사업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크다.

―철거·이주 단계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 물량에 따른 수익이 줄어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분양 물량과 분양가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선 강남권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가량 분담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 등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대 수익이 줄어들고, 급매물이 늘어나 가격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전략은.

청약가점이 50~60점 정도로 높은 무주택자라면 청약에 적극 나서볼 만하다. 다만 최장 10년간 분양권을 되팔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자금 마련이나 거주 이전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청약가점이 30~40점대로 높지 않다면, 경쟁률이 높아져 오히려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가 더 좁아질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후분양이나 임대 후 분양 등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해 나갈 가능성은.

후분양 단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국토부는 후분양 요건도 강화한다. 분양 보증을 받지 않고 후분양을 할 수 있는 시점이 기존에는 지상층 층수의 3분의 2 이상(공정률 50~60%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지상층 골조 공사 완료(공정률 80% 수준) 시점으로 강화된다.

임대 후 분양 전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일반 분양분은 임대 후 분양 자체가 불가능하다. 임대 후 분양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정부의 임대 보증금 보증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임대 보증금이 고가일 경우 보증이 거절될 수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가 ‘로또’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늘린다는데.

3~4년이었던 수도권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 전매 제한 기간이 5~10년으로 확대된다. 인근 주택 시세에 비해 싸게 분양될수록 전매 제한 기간이 길어진다.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의 80% 미만으로 나올 경우 향후 10년 동안 분양권을 되팔 수 없다. 다만, 근무·생업·질병·취학·결혼으로 이전하는 경우(수도권 이전 제외) 등에는 예외적으로 전매가 허용된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주택을 우선 매입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