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융자잔고가 이번 하락장에서 예상보다 뚝 떨어져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용 매수분은 언젠가는 매도 물량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적을수록 좋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신용은 대다수 개인투자자가 이용하고 있어 전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만큼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잔고는 8조1821억원으로 지난 7월 말 대비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 7월 25일만 해도 10조원을 넘었던(10조90억원) 신용잔고는 급락장을 거치면서 감소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신용잔고는 4조5619억원에서 3조8156억원으로 16.36%, 코스닥시장은 5조4471억원에서 4조3665억원으로 19.83% 감소했다.

당초에는 지수 급락에도 신용잔고가 줄지 않아 투자자들의 우려가 컸다. 지난 5일과 6일 코스닥지수가 7.46%, 3.21% 급락하고 코스피지수도 2.56%, 1.51% 하락해 신용 잔고가 대폭 줄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시 신용은 877억원(5일), 1384억원(6일)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러다가 지수가 그나마 버틴 7일 이후 급감하기 시작했다. 코스닥지수가 각각 2.38%, 3.68% 오른 7일과 8일에 3059억4900만원, 5283억6900만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신용 감소가 지수보다 약간 후행한 것과 관련해 급락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뒤늦게 보수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이 조금 반등하자마자 신용을 청산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코스닥지수와 신용잔고. 두 그래프가 상당히 유사하게 움직인다.

당장은 신용잔고가 급감했기 때문에 증시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8일에만 코스닥시장 신용잔고가 3318억원 감소했는데, 하루에 2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라며 "이 정도면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신용융자가 더 이상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간에 진입했으며, 전례를 볼 때 20~60일 정도까지 상승이 나올 확률이 70% 이상이었다"고 했다.

다만 신용잔고는 코스닥지수와 사실상 동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수 예측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반박도 있다. 신용잔고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2.1~2.5%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시가총액이 감소하면 그만큼 신용은 자연스레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7월 25일 이후 지수와 신용잔고 흐름을 살펴보면 코스닥지수는 최저점을 기준으로 17.2% 하락했고, 신용잔고는 18.8% 감소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지수가 하락하면 반대매매 통지가 나오기 때문에 신용은 줄어들고, 반대로 상승하면 신용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가끔 '신용이 줄어야 오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신용 또한 누구나 하는 투자 방법이 됐기 때문에 변수라기보단 상수(常數)에 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