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국에 일식집 갈 수 있습니까.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먹는 게 마음 편하지요."

일본 수출 규제 여파로 반일(反日) 감정이 깊어지면서 세종 관가(官街)의 식당 선택지에서도 일식집이 빠지는 일이 늘고 있다. 주변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공무원들이 자칫 일식집 갔다가 말 나올까 봐 지레 피하는 것이다.

한 경제 부처 고위 공무원은 "세종시는 공무원이 많아 아는 사람 마주치기가 다반사라 특히 외부 손님과 만날 땐 일식 대신 한식·중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30대 사무관은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선 일식 스타일로 나오는 돈가스나 라면집까지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케 오찬' 논란에 공무원들 몸 사리기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일식집에 갔다가 '친일 낙인' 찍히느니 아예 발 끊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이에 예약 잡기가 어려웠던 세종시 일식 음식점들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일식집 가는 것을 꺼리면서 매출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본지가 한 대형 카드사에 의뢰해 받은 '식당 종류별 이용 건수 및 금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참치 전문점 이용 횟수는 8만1208건으로 작년 동기(8만9495건) 대비 9.3% 감소했다. 이용 금액으로도 작년 동기 대비 10.3%(67억8663만→60억8894만원) 줄었다. 일식집도 작년 동기와 견줘 이용 횟수는 9.3%(67만1060→60만8608건), 이용 금액은 9.4%(222억3211만→201억3670만원)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 타깃인 일본 맥주 감소세는 더욱 도드라졌다. 관세청이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맥주·승용차 수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로 작년 7월(663만9000달러)에 비해 34.6% 줄었고, 승용차의 경우 수입액이 34.1%(9978만2000→6573만9000달러) 줄었다. 경제 부처 공무원은 "한국 사람이 한국 재료로 만드는 일식집까지 피하는 건 좀 '오버' 같다"면서 "괜히 엉뚱한 자영업자들 피해만 커질까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