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인공지능) 스피커 출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스피커 시장 선두주자인 아마존이 주춤한 사이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출하량을 늘리는 추세다. AI 허브 선점 효과, 데이터 확보 등을 위해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출하량 두 배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공략
8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AI 스피커 출하량은 330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 늘어난 수치다. 1년 만에 분기 판매량이 두 배가 됐다.
빠른 판매량 증가의 배경엔 중국 기업이 있었다.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거대 기술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AI 스피커를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전 세계 AI 스피커 출하량의 50% 이상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차지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주요 중국 업체인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의 저가 AI 스피커가 중국 시장에 풀리며 전 세계 AI 스피커 판매량 증가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초부터 본격화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AV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AI 스피커 판매량은 1556만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233% 증가했다. 상반기 판매량이 작년 연간 판매량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티몰, 징둥닷컴 등 주요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중국 AI 스피커 평균 가격은 100위안(약 1만7000원) 수준으로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3개 선두 업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93.3%에 이른다. 샤오미 제품의 경우 실제로 티몰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49위안(약 8400원)에 불과했다. AI 스피커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IoT(사물인터넷) 기기 수가 많아진 것도 판매량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바이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8%로 아마존(21.7%), 구글(18%)에 이어 3위다.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든지 1년여 만에 이룩한 성과다. 아마존은 여전히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 격차는 2014년 이래 가장 작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AI 허브 선점·데이터 확보 전쟁
전문가들은 글로벌 테크 기업이 AI 스피커 시장 공략에 나서는 배경은 AI 허브 선점과 데이터 확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AI 스피커는 조명, TV, 에어컨 등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태계를 먼저 구축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음성 인식 데이터, 사용자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AI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저렴한 제품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테크 공룡들도 활용한 전략이다. 2014년 처음 이 시장을 개척한 아마존의 경우 저가 모델인 '에코닷(echo dot)' 1세대를 2016년 3월 출시했고, 구글 역시 2017년 11월 구글 홈의 절반 가격에 '구글 홈 미니'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장준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AI 스피커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처럼 인공지능 서비스를 가능케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며 "한번 생태계에 들어오면 계속 그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도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업체들이 더 늦기 전에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가로 AI 스피커를 푼 것으로 보인다"며 "AI 스피커는 목소리 데이터 외에도 이용자의 건강 상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AI 성능 개선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 개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AI 스피커 시장은 오는 2020년 21억달러(약 2조5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 중에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가 AI 스피커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AI 스피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대수 (올해 3월말 기준)는 412만대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