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월 26일 회사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하반기 경영 성과와 종합금융그룹 조기 구축에 대한 자신감,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상반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자산운용사 인수 승인을 획득하는 호재도 이어졌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도,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도 우리금융의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손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전인 7월 25일 1만3700원이었던 우리금융 주가는 1만2100원(7일 기준)까지 11.6% 하락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한 달 전으로 기간을 넓혀 잡으면 주가 하락 폭이 12.6%에 달한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온다.
은행들의 주가 하락은 우리금융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은행주의 주가를 종합해서 보여주는 'KRX BANKS INDEX'는 최근 한 달간 8.3% 하락했다. KB금융(105560)(-9.3%), 하나금융지주(086790)(-8.8%), 신한지주(055550)(-3.6%)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최근 한 달 동안 모두 떨어졌다. 기업은행 주가도 같은 기간 8.4% 하락했고, 지방금융지주인 BNK금융(-8.4%), DGB금융(-10.9%), JB금융(-4%)도 하락세다.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은행의 주가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국가적 부도 사태 혹은 그에 준하는 리스크가 발생하면 공포스러울만큼 은행주 밸류에이션(가치) 급락을 경험했다"며 "현재 시중은행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고, 지방은행은 디폴트 리스크 수준의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낸 비율이다. 4대 금융지주 중에는 하나금융의 PBR이 0.38배로 가장 낮고 KB금융(0.46배), 우리금융(0.43배), 신한금융(0.56배)도 낮은 편이다. 금융위기 이후 이들 은행주의 PBR 최저점은 0.27~0.46배인데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이미 연일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은행들도 손만 놓고 있지는 않다. 손 회장처럼 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서거나 적극적인 기업 IR도 진행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7월 자사주 매입을 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이달 말 유럽을 방문해 IR을 진행할 예정이고, 손 회장도 비슷한 기간 북미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은행들은 과거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며 "자본 상황을 보면 증자 리스크도 전무하고 배당수익률도 대부분 연 5~6%가 넘는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주의 배당 매력이 커지는 만큼 조만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안하고, 외국인의 은행주 매도가 계속되면 당분간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경기 우려 요인을 감안해도 은행주가 지나친 저평가 상태인 것은 맞지만 수급 앞에 장사 없다고 외국인 매도세 완화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의 국내 은행주 보유 지분율은 약 56.9%로 과거 20년간 지분율 수준이 43~60%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