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세대 V낸드를 양산해 기업용 PC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공급한다고 6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열린 2분기(4~6월)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6세대 V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밝힌지 1주일 만에 전해진 소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미 지난 6월 6세대 낸드 양산에 성공했지만,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4분기에야 실제 납품에 이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양산을 뛰어넘어 납품 소식이 당초 예상보다도 빨리 전해진 것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최근 반등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양산 알리기도 전에 납품… 삼성전자 낸드도 '초격차'

이날 삼성전자는 '6세대(1xx단) 256Gb(기가비트) 3비트(TLC·Triple Level Cell) V낸드' 기반 기업용 PC SSD를 양산해 글로벌 PC 업체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5세대(96단) V낸드 기반 SSD를 양산한지 14개월만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 라인 내 클린룸 전경.

V낸드의 'V'는 수직(Vertical)을 의미한다. 평면이 아닌 3차원으로 반도체를 쌓아 올린 구조다. V낸드는 적층 단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4세대는 64~72단, 5세대는 96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6세대 V낸드의 구체적인 단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는 이 제품을 128단으로 보고 있다. V낸드는 단 수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좋아지고 용량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공개한 6세대 V낸드는 기존 5세대보다 속도는 10%가량 빠르고, 동작 전압은 15% 이상 줄어드는 동시에 생산성은 20% 늘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 6월 SK하이닉스는 6세대 128단 V낸드 양산 소식을 전했다. 삼성전자에 앞서 6세대 진입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양산에 돌입했을 뿐, 6세대 낸드의 실질적 납품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양산한 낸드로 완성품 SSD를 공급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최초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6세대 진입은 기술면에서도 향후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전기가 통하는 몰드(Mold) 층을 136단 쌓은 후, 이를 한번에 수직으로 뚫는 단일공정(1 Etching Step)으로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를 3번만 쌓아도 300단 이상 초고적층 낸드플래시를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 제품 개발 주기를 더욱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타 업체 낸드 감산 와중 신공정 돌입… 시장 지배력 확대 나서

삼성전자의 이번 양산 소식은 낸드 가격 반등과 함께 전해졌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범용제품인 128Gb(기가비트) 16Gx8 MLC(Multi Level Cell)는 7월말 기준 개당 평균 4.01달러에 거래되며 한달 전보다 가격이 2.04% 올랐다. 2017년 8월말 5.78달러를 기록한 후 횡보·하락을 거듭하며 32% 떨어졌던 낸드 가격이 2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6세대 256Gb 3비트 V낸드 기반 SSD.

낸드 가격 상승 배경엔 1위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업체들의 감산·사고 소식이 있다. 낸드 시장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해 총 6개 업체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점유율 4위, 5위인 미국 마이크론(12.9%)과 SK하이닉스(9.6%)는 각각 10%가량의 낸드 감산에 나선 상태다. 2위, 3위인 도시바(18.1%)와 웨스턴디지털(15.4%)은 함께 운영하는 일본 요카이치 공장에서 정전이 일어나 올해 3분기 세계 낸드 공급량 예상치의 14.6%에 달하는 웨이퍼를 잃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반기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결국 삼성전자만이 생산에 타격 없이 가격 반등에 올라탄 셈이다. 더군다나 신(新)공정인 6세대 진입과 납품을 알리며 타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와는 달리 웨이퍼 투입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고객사 주문이 양호하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신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고 낸드 시장 지배력을 키워간다는 목표다. 2020년에는 경기도 평택 낸드 전용 공장에 6세대 V낸드 기반 SSD 라인업을 본격 확대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512Gb 3비트 V낸드 기반 SSD와 eUFS 등 다양한 용량과 규격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