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영업자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 여파로 자영업자 수가 줄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통계청 조사 결과(경제활동인구 조사)로도 확인됐다. 그런데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온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통계청과 국세청의 기준 달라 혼선

근본적인 이유는 통계청과 국세청의 자영업자에 대한 기준과 조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사업자 등록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수를 산정한다. 한 사람이 사업자 등록을 여러 개 하면 여러 명의 자영업자로 간주되는 것이다. 국세청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는 673만4617명으로 전년(634만2420만명)보다 4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자영업자 폐업률도 11.0%로 전년(11.7%)보다 0.7%포인트 감소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인근의 한 상가 1층이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입구 유리창에 '임대'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경기 부진 여파로 새로 장사를 하려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 수는 563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4000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는 사업자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 대상 주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독립적인 형태로 사업을 운영해야 자영업자로 잡힌다. 한 사람이 여러 개 사업자 등록을 해도 자영업자 1명으로 잡힌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는 563만8000명으로 전년(568만2000명)보다 4만4000명이 줄어들었다.

또 영업이 어려워 사실상 가게 문을 닫았지만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사업자는 국세청 통계에선 자영업자로 잡히지만 통계청 조사에선 자영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 또는 실업자로 분류된다.

◇임대사업자 등록 늘며 자영업자 증가 '착시'

지난해 국세청 조사에서 개인사업자가 대폭 늘어난 데에는 부동산 정책 영향도 컸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늘어난 개인사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동산임대사업자"라고 했다. 2017년 12월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며 다주택자에 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이 같은 정책 효과에 따라 지난해 부동산임대사업자는 185만9281명으로 전년(165만1245명)보다 20만8036명이나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심화됐다. 사업 규모가 영세한 간이사업자 중 지난해 매출 과세표준이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해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 면제자가 된 사업자는 123만8962명에 달한다. 2016년 120만8448명에서 2017년 119만8006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120만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전체 일반사업자와 간이과세자의 수(579만2097명)를 감안하면 납부 의무 면제자 비율은 21.4%에 달한다. 자영업자 5명 중 1명이 세금도 못 낼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부가가치세 면제 기준이 24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아진 것도 납세의무면제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납세 의무 면제자는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매업과 음식업에서 크게 늘어났다. 소매업 납세 의무 면제자는 지난해 24만8285명으로 전년(23만4043명)보다 1만4242명 증가했다. 음식업 역시 14만6861명으로 전년(13만4799명)에 비해 1만명 이상 늘었다. 결론적으로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자영업자 현황을 파악하려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참고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