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 전쟁이 재개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우리나라 수출은 중국 비중이 26.8%로 가장 높다. 특히 전체 중국 수출액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일본(62%)·독일(61%)보다 높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의 중간재 수요가 줄게 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것도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중간재 격인 반도체의 대중 수출이 많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또 중국의 수출 부진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이 역시 우리 기업 수출에 부정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고, 중국 현지 생산 기지에서 중간재를 조립·완성해 수출하는 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우리나라가 미국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중국 수출 감소를 상쇄시키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작년 7월부터 네 차례에 걸친 미·중 간 관세 부과는 이미 우리 기업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중국 수출은 657억달러(약 78조8000억원)로 작년 상반기보다 17%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수출 감소율(-8.5%)의 2배다. 7월에도 중국 수출은 반도체(-27.7%), 석유화학(-11.6%), 디스플레이(-11.6%) 등 주력 품목 부진으로 16% 감소해 작년 11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올 상반기 미국 수출은 369억달러로 7.2% 증가했지만, 중국 수출 감소분을 상쇄시키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 미국 수출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 분쟁이 두 나라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우리 기업의 반사이익도 사라지는 추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미·중 관세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 사무소 등이 최근 중국에 진출한 7개 업종 218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중 무역 분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9%에 달했다. 업종별로 자동차(66%), 금속기계(53%) 등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동차·화학·전기전자·금속기계 업종은 무역 분쟁으로 '현지 수요가 위축됐다'고 응답했고, 섬유·의류 업종은 '대미 수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