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카카오의 자(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회사 인수에 나섰다. 정부가 '차량 공유 업체는 택시 면허를 확보해 사업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아예 택시 회사를 인수해 택시 면허를 대량 확보하려는 것이다. 다른 차량 공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은 발칵 뒤집혔다. 카풀 스타트업의 한 대표는 "돈 많은 카카오가 혼자만 살겠다고 배신했다"고 말했다.

2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규모 법인 택시 회사인 '진화택시'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화택시는 택시 98대를 보유한 곳이다. 양측은 택시 면허 가격을 대당 7000만원 선에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택시 면허의 개인 간 판매 가격이 6500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10%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셈이다. 이번 인수 협상은 지난달 중순 국토교통부가 '택시제도 개편 방안' 초안을 발표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이 안은 차량 공유 업체들도 사업을 하려면 택시 면허를 직접 매입하거나, 정부에서 대당 월 40만원에 택시 면허를 빌려야 한다는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와 같이 차량 공유 업체가 자가용이나 승합차를 구매해 택시 유사 영업을 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로선 이런 정부 방침을 따르는 모양새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들은 "카카오가 정부 편으로 돌아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안은 현재 초안이고 이제부터 차량 공유 업체들이 의견을 모아 수정을 요구할 참이었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이탈로 대(對)정부 협상력이 떨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중국에서 수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사업으로 전환하면 그만일 테지만, 스타트업들은 수백억원 이상 주고 택시 면허 1000~2000개씩 살 여력이 없다"면서 "결국 카카오 혼자 자본력을 앞세워, 차량 공유 시장을 아무런 경쟁도 없이 차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갈등을 일으킨 타다는 이번 논란에서 한발 물러섰다. 당초 택시업계는 타다가 카니발 승합차를 렌터카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택시 유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반발했고 정부가 나서 지난달 타협안을 낸 것이다. 타다의 관계자는 "카카오의 택시 회사 인수와 관련, 딱히 밝힐 입장이 없다"며 "단, 타다는 택시와 상생하는 모델을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타다는 모(母)회사인 쏘카가 국내외에서 11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선 카카오와 같이 택시 면허에 기반한 운송 서비스에 나설 자금 여력이 있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차량 공유 시장에 신규 아이디어와 기술이라는 혁신은 없고, 카카오나 타다와 같이 자금력을 앞세운 경쟁만 남는 구도"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회사 인수는 변화하는 모빌리티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