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마련의 기회로 여겨지는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 단지 안에서도 적용되는 청약 당첨 방식과 기준이 다르다 보니, 청약 신청자들 사이에서도 유불리에 따라 서로 다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하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청약 당첨자 결과가 2일 발표되자, 청약통장을 넣은 약 2만명의 신청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 앞서 특별공급을 제외한 1195가구를 일반 분양했는데, 1만7229명이 지원해 평균 14.4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이날 청약 당첨가점이 공개되자, 주택형별로 청약을 낸 신청자들 사이에서 상반된 불만이 터져나왔다. 1순위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한 물량은 예비당첨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데, 청약을 넣은 주택형별로 예비당첨자의 추첨 방식이 '가점제'와 '추첨제'로 엇갈려서다.

이 아파트 전용 84㎡A와 전용 176㎡의 경우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각각 5.19대 1,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말부터 적용된 '예비당첨자 비율 500%' 기준을 채우지 못한 격이라, 뒤이어 1순위 기타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을 진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0일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80%에서 500%로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간 서울·과천·분당·광명·하남·대구 수성·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예비당첨자 비율을 공급물량의 80%로 적용해왔는데, 이 비율을 500%로 늘린 것이다. 현금 부자, 유주택자인 무순위 청약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미분양 아파트를 주워담는 속칭 '줍줍(줍고 줍는다)' 행위를 막고, 무주택자들의 당첨 기회를 높인다는 취지였다.

해당 규정이 적용되면서 청약 단지는 당첨자(100%)에 예비당첨자수 500%를 적용해 총 600%까지 확보해야 한다. 결국 청약 경쟁률이 6대1이 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기타지역 청약까지 하게 된 것이다.

청약 신청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대목은 예비당첨자 500% 비율 충족 여부에 따라 주택유형별로 예비자의 담첨 방식이 가점제와 무작위 추첨제로 나뉜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민영주택의 경우 전용 85㎡이하는 100% 가점제가, 전용 85㎡초과는 50% 가점제, 50% 추첨제가 적용한다. 추첨제 물량의 75%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25%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소유주택 처분조건)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식이다.

또 예비당첨자 500% 비율을 충족해야 가점제가 적용된다. 이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뽑아야 한다.

이를 뒤집어보면, 정부가 예비당첨자 비율이 80%에서 500%로 확대하는 방침을 내리면서 청약점수가 커트라인(가점)턱 밑인 사람들에겐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청약 점수가 낮은 사람들에겐 추첨제가 로또와 같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보니 양쪽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94가구를 공급하는 84D㎡형의 경우 1순위 해당지역 청약 경쟁률이 8.79대 1을 기록해 예비당첨자 비율 500%를 충족했다. 이 유형의 평균 당첨가점은 53.83점이고, 최저가점은 46점이었다.

이 아파트의 84㎡A와 84D형을 놓고 고민하다 84D형에 청약통장을 쓴 예비 당첨자 30대 기혼 여성 유모씨는 "청약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추첨 방식을 희망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가점제가 적용되는 D형이 아닌 무작위 추첨을 하는 A형을 신청할걸 하는 후회가 든다"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유사 면적인데도 예비당첨자를 뽑는 방식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내 집 마련 기회가 엇갈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용 84㎡A에 청약을 신청한 예비당첨자들 중에선 추첨제 방식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이 유형은 가점 평균이 50.50점으로 다른 주택유형 중 가장 낮았으며 최저 가점은 41점이다. 청약점수가 41점에 근접한 청약 신청자들 사이에선 무작위 추첨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 아파트 청약 당첨 결과가 발표된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청량리 롯데캐슬 불공정 청약제도와 국토부의 부실 대응'이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을 쓴 게시자는 예비당첨자 500% 비율을 충족하지 못해 추첨제로 선정하는 방식에 볼멘소리를 냈다.

청원인은 "청약커트라인 바로 아래였던 탈락자가 예비당첨 순위의 꼴지가 되고, 1주택자가 예비당첨에서 1등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불공정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줍줍'을 막고 무주택자를 위해 내놓은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정책이 무주택자와 가점이 높은 청약자들을 역차별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바늘구멍같은 내 집 마련의 문을 뚫어야 하는 청약 제도를 놓고, 이해관계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 차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 단지 안에서 규정과 세부 기준에 따라 당첨자 선정 방식이 다른 문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불리에 따라 제도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나오기 마련이나,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는 청약 제도를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같은 단지 안에서는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6조
예비입주자수가 총수에 미달된 경우 또는 가점제가 적용되지 않는 주택의 예비입주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추첨으로 예비입주자를 선정해야 한다. 또 가점제를 적용해 입주자를 선정하는 주택의 예비입주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제 1순위에서 가점제가 적용되는 공급신청자 중 가점이 높은 자를 앞순번 예비입주자로 선정하고, 그다음 순번 예비입주자는 가점제가 적용되지 아니하는 제1순위 공급신청자 중에서 추첨으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