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코드명 JX-594)’의 글로벌 임상 3상 ‘PHOCUS’를 전면 중단할 처지다.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 투여 후 넥사바로 치료하는 방법이 기존에 비해 큰 실익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신라젠(215600)은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DMC)와 펙사벡 PHOCUS 임상시험의 무용성 평가 미팅을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무용성 평가 결과, DMC는 신라젠에 PHOCUS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 무용성 평가는 상업 허가 전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 단계에서 약물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당초 신라젠은 이번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면 임상 3상을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하면서 해당 임상시험은 더 이상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신라젠은 해당 사실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하고 PHOCUS 임상시험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신라젠은 PHOCUS 임상시험을 다국적제약회사 바이엘의 간암치료제 ‘넥사바’와 펙사벡을 함께 치료에 사용했을 때와 넥사바 단독으로 치료할 때 효과를 비교하도록 설계했다. 이 임상시험은 펙사벡을 투여한 후 넥사바를 맞은 환자와 넥사바만 맞은 환자의 생존률, 종양크기 등을 평가했다.

대상환자는 전세계 총 600명으로 이 중 60% 이상이 올 상반기까지 투약을 마쳤다. 이에 따라 이번 무용성 평가는 투약 환자 190명의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항암제 임상시험의 주요 평가 목표는 전체 환자 생존률을 얼마나 개선했냐는 것이다.

정확한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임상시험 전문가들은 펙사벡이 넥사바와 함께 투여되는 조건에서 유의미한 생존률 개선 결과 값을 내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용성 평가는 생존률 개선 외에도 부작용 감소나 치료기간 단축 등 위험요소를 얼마나 줄이는 지도 고려한다.

앞서 펙사벡은 절제 불가능한 간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넥사바 단독요법으로 확인되지 않았던 종양 감소 등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PHOCUS 임상시험에서는 펙사벡을 투여한 후 넥사바를 맞은 진행성 간암 환자의 치료 경과가 넥사바만 맞은 환자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로 신라젠은 상업화에 가장 근접했던 임상시험을 잃게 된다. 단, 이와 별도로 신장암과 대장암, 이외 다른 고형암 대상 임상시험은 계속 진행한다. 신장암의 경우 리제네론과 글로벌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며, 대장암은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상업화가 아닌 연구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펙사벡은 우두(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유전자 재조합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바이러스로 암세포 파괴 과정에서 체내 면역 반응을 촉진해 다른 항암제와 함께 투여할 때 최대 효과가 예상된다. 현재 허가된 유사 기전의 약물로는 글로벌 바이오기업 암젠의 흑색종치료제 ‘임리직’이 유일하다.

신라젠 ‘펙사벡’ 작용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