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생태계 양대산맥인 이 두 기업은 최근 스마트폰 사업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저가폰 중심으로 형성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 삼성, 점유율은 높였지만 실속은 ‘글쎄’...애플도 ‘첩첩산중’

1일 전자·통신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스펙(사양) 상향 평준화 흐름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 판매가 부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2분 실적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우선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2조270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감소하고, 증권가 컨센서스(기대치)였던 2조원 초반대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삼성전자의 IM부문 분기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기지 못한 것은 2015년 이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이 있었던 2016년 3분기(1000억원), 작년 4분기(1조5000억원)밖에 없었다.

애플도 2분기 영업이익이 115억4400만달러(13조6300억원)로 전년 동기 126억1200달러(14조8800억원)보다 약 10% 감소했다.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과 서비스 사업 매출이 선방했지만, 주력이던 아이폰 매출이 급격히 흔들린 탓이다. 아이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인 48%로 내려갔다.

◇ 플래그십 모델 못지 않은 중저가폰 스펙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 배경에는 중저가 폰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가 있다. 스마트폰 브랜드를 막론하고 메모리 등 하드웨어 성능을 제외하면 플래그십 모델과 중저가 모델과 세부적인 기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게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첨단기술의 보편화로 중저가 모델의 가성비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스마트폰 중 400달러(47만원) 이하 스마트폰이 10억100만대로 전체 출하량(14억3100만대)의 약 70%를 차지했다. 200~300달러 스마트폰이 20%를 기록했다. 800달러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은 전체 출하량의 10%, 1000달러 이상 스마트폰은 5%에 불과했다.

2018년 12월 출시한 ‘삼성 갤럭시A9 프로’는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후면에 쿼드카메라를 탑재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카메라의 경우 중저가폰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중 싱글 카메라를 채택한 기종이 36%,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기종이 44%,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한 기종이 18%다.

멀티 카메라는 프리미엄 모델뿐 아니라 중저가 모델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기간 판매된 스마트폰 중 200달러(23만6700원)·300달러(35만5000원)대 스마트폰에서도 트리플 카메라 비중이 각각 38%, 37%였다.

오랫동안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A씨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카톡, 사진 및 동영상, 삼성페이 등을 사용하는 게 전부라 갤럭시S10 대신 저렴한 ‘갤럭시A9 프로’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갤럭시A9 프로는 중저가 인데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쿼드 카메라를 적용했다.

◇ 5G 시장에서 삼성·애플 스마트폰 사업 운명 나뉜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폰 라인업 출시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SA에 따르면 2019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7630만대를 출하, 점유율 22.3%로 1위를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7150만대, 20.4%)보다 점유율을 약 2%p 늘린 것이다. 갤럭시S10 판매는 둔화됐지만, 중저가폰 갤럭시A시리즈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저가폰 라인업 재편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중저가폰 판매 확대 전략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지속 탑재해야 하는 등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마진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삼성 갤럭시노트10 예상 이미지.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10 시리즈와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 첫 5G(5세대) 중저가폰인 갤럭시A90 등 다양한 5G 라인업으로 시장 확대를 노린다. 중저가 신모델 판매 확대와 동시에 5G 상용화를 계기로 전략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 개선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판매량이 전작인 노트9 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등 앞으로 나올 5G 콘텐츠들이 초고성능의 스마트폰 사양에서만 구현 가능한 만큼 5G가 대중화되면 다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도 내년 5G폰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공격적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웨어러블 및 서비스 사업도 결국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연계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단 출고가를 더 낮추거나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애플을 보면 과거 90년대 혁신적 기능 없이 고가정책만을 고집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등 경쟁업체에 밀려 파산직전까지 갔던 것이 떠오른다"며 "앞으로도 혁신없는 고가정책만을 내세운다면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