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올해 초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2000선 붕괴를 위협 받는 처지에 놓였다. 코스닥지수도 1% 넘게 빠지며 최근의 취약한 투자심리를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제지표는 시장의 관망세를 더 짙게 만들고 있다. 땔감이 고갈된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한·일 무역갈등의 전개 과정만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6%(7.21포인트) 하락한 2017.34에 장을 마쳤다. 이틀째 약세이자 2010.25를 기록한 올해 1월 4일(종가 기준)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다. 기관이 834억원어치를 샀으나 외국인이 53억원, 개인이 862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433계약, 725계약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1373계약을 팔았다.

전장까지 이틀 연속 올랐던 코스닥지수는 다시 1.26%(7.92포인트) 떨어지며 622.26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75억원, 231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373억원어치를 샀다.

조선DB

이날 한국 증시는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꺾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의 영향으로 약세 출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으나 "장기적인 금리 인하의 시작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망한 뉴욕 증시는 1%대 약세를 나타냈다.

시작부터 부진하던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오전 한때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조금 늦게 문을 연 중국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자 국내 증시도 힘을 잃고 다시 고꾸라졌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는 최근 주요 신흥국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인 후 매물을 쏟아냈다"고 분석했다.

암울한 경제지표도 투자심리 경색의 요인이 됐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7월 수출이 461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18억1000만달러)보다 11% 줄었다고 발표했다. 6월에 이어 두달 연속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전년비)로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0%대 저물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 업종별로 보면 전기가스와 의료정밀, 건설, 통신, 철강금속, 화학, 은행, 증권, 음식료품, 섬유의복, 운송장비, 보험, 운수창고, 전기전자, 기계 등 대부분이 흔들렸다. 서비스, 유통, 의약품 정도만 전장 대비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SK하이닉스(000660)는 1.04% 상승했으나 같은 반도체주인 삼성전자(005930)는 0.33% 떨어졌다. 신한지주(055550)는 1.61% 올랐으나 KB금융(105560)은 0.46% 하락했다. 또 현대모비스(012330)는 오르고 현대차(005380)는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무역분쟁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한국 주식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일 갈등이라는 불확실성부터 해소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번 분쟁이 정치적인 성격의 이슈라는 점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갈등이 격화되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고,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내 지지여론(58%)도 반대여론(20%)을 크게 앞서고 있다"며 "분쟁의 장기화 우려가 높다"고 했다.

일본이 2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경우 한국은 15년 만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허가를 면제해주는 우방 국가)에서 제외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당분간 좁은 박스권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