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항공사들의 경영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로 한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본 여행수요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국내 산업계의 수출 부진으로 화물 부문의 수익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원화가치마저 계속 하락하면서 항공유 구매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계속 악재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주요 항공사들의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여러 항공사들의 주가도 연일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
◇ 대형사도 韓·日 갈등 우려 반영…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日 노선 축소
지난 29일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089590)의 주가는 전날보다 1000원(3.7%) 내린 2만57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노선에서의 수익성 악화 우려로 최근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진에어(272450)역시 29일 주가가 전날보다 1400원(8.3%) 하락한 1만5400원으로 마감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티웨이항공(091810)도 전날보다 170원(3.1%) 내린 524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잘 버티던 대형 항공사들도 어두운 실적 전망이 반영되면서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지난 25일부터 사흘 연속 전날보다 2% 넘게 떨어졌다. 29일 주가는 전날보다 3% 내린 2만6050원으로 마감, 최근 한 달만에 10% 하락했다.
최근 불거진 한·일간 갈등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은 주가가 눈에 띄게 하락한데 반해 대형항공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등 대형사들은 10%대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반도체 첨단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선데 이어 다음달 2일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뒤늦게 대형항공사들의 주가와 실적 전망에도 일본 노선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9월 3일부터 부산~일본 삿포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9월부터 서울과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를 잇는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를 기존 에어버스 A330에서 크기가 작은 A321, B767로 변경해 실질적인 축소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 엎친데 덮친 항공업계… 수출부진에 화물운송 줄고, 원화 약세로 항공유 구매 부담 커져
여객 뿐 아니라 화물사업의 비중도 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화물사업에서의 수익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수출은 283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3.6% 줄었다. 특히 항공화물로 운송되는 반도체는 수출이 3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평모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대한항공 화물 부문의 수송량은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둔화의 영향은 하반기에도 지속돼 올해 화물 수송량이 전년대비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DB투자증권은 화물 부문 등에서의 수익 악화로 인해 대한항공의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들어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도 항공사들에게는 부담이다. 항공사들은 항공유 구매과 항공기 도입 등을 주로 달러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외화부채가 많다. 따라서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 외화환산손실 규모도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9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83.5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1115.70원을 기록한 이후 올들어 6% 넘게 오른 수치다. (달러 강세, 원화 약세) 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가 컸던 5월 17일에는 1195.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여러 악재가 잇따라 반영돼 국내 항공업계의 성장세가 크게 꺾일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NH투자증권은 30일 여객수요 둔화와 일본 노선의 수익성 저하 등을 반영해 올해 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 성장률을 기존 8.8%에서 7.5%로 1.3%포인트 낮췄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여객과 화물 모두 성장률이 둔화된 반면 기재 공급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