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F 꾸리고 우선 심사해 절차 수개월 단축 목표
R&D용 신규 화학물질 확인 절차는 14일→1일 추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 중인 정부가 화학기업의 공장 신·증설 등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해당 신청 건을 우선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R&D) 신규 화학물질 등록·신고 확인 등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최대 14일에서 하루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같은 내용은 내달 말쯤 발표될 부품·소재·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담길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부품·소재·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TF를 꾸려 관련 인허가 신청을 우선 심사하고 R&D용 화학물질 면제신청 확인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이 신규 화학물질을 국산화하기 위해 공장 신·증설에 나설 경우 장외영향평가서 작성, 적합성 평가, 영업허가 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이 같은 절차를 밟는 데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정부는 TF를 꾸리는 등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해당 신청을 우선 처리하는 방법으로 인허가 기간을 1달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이 새로운 소재 개발을 위해 R&D에 활용하는 화학물질의 등록·신고 확인 면제 신청 기간도 하루 이내로 단축해 R&D용 화학물질의 제조 및 수입을 용이하게 할 방침이다. 현재 기업이 R&D용으로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면 인력 및 연구 기간, 물질 이름, 취급 시 주의사항, 폭발·화재 등 사고 대처 방안, 이송 장소, 잔량 처리 방법 등이 담긴 화학물질 안전관리 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구비해 환경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환경공단이 이를 확인하고 면제 허가를 내주는데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14일까지 걸린다.
R&D용이 아닌 화학물질의 경우 관련 서류를 구비하는 것 외에도 독성 평가와 외부기관 컨설팅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도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정부가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업계에서 부품·소재·장비 국산화의 선결 과제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 화학물질 규제 완화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일본 수출 규제의 대응책으로 화학물질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다만, 업계의 요청대로 이번 부품 소재 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화관법과 화평법 자체를 손질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강화 및 제정된 법안인 만큼 쉽게 규제 완화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화관법이 개정되고 화평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화학물질에 따른 인명 피해가 있었다"며 "국민의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된 만큼 법안을 수정하기보다는 인력 투입을 늘려 기업 애로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화관법은 지난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화수소산 누출 사고 대응 차원에서 강화됐다. 올해 말부터 유해물질 취급시설 충족기준 항목은 79개에서 413개로 늘어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화평법은 지난해 3월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서 연간 1톤(t)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화학 물질은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간 업계는 정부의 환경규제로 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전담 인력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9일 화평법과 화관법 개정에 대해 "정부가 일본수출규제 대응책을 앞세운 위험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당장 멈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