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1080억달러(약 128조원) 규모의 비전펀드(Vision Fund) 2호를 설립한다. 지난 2017년 1000억달러(약 118조원)의 비전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2년 만에 두 번째 대규모 투자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비전펀드는 유망 테크 벤처에 자금을 대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다.

비전펀드 2호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 투자할 전망이다.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비전펀드 2호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소프트뱅크는 "애플,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일본) 등 기존 투자자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등 다른 기업들이 새로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펀드에 380억달러(약 45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가장 많은 금액을 넣은 투자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새 비전펀드의 투자액은 지난해 전 세계 벤처캐피털이 조달한 전체 자금인 8조6000억엔(약 94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전했다.

손 회장은 올 초 비전펀드 2호 조성을 위한 투자자 확보에 나섰다. 손 회장은 원래 1호 펀드 운용 기간을 5년으로 잡았으나 예상보다 투자가 활발해 2년 만에 자본 상당분을 소진하자 2호 펀드 출범을 서둘렀다. 비전펀드 1호는 2017년 5월부터 71개 업체에 642억달러(약 77조원)를 투자했다.

2호 펀드는 AI 기업 위주로 투자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지난달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나는 AI 기술혁명을 이끄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며 "전 세계 AI 분야의 투자 기회를 독식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 소수 자본이 참여했던 1호 펀드와 달리 2호 펀드에는 18개의 기업이 투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대만 유력 금융기관과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등 투자 기업 국적도 다양해졌다. 손 회장이 지난 4일 방한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오너와 AI 분야 투자를 논의하며 한국 기업의 비전펀드 2호 참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투자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고위 관계자는 "비전펀드 1호의 큰 자금줄이었던 PIF와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는 아직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현재 투자 참여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세계 유망 테크 기업에 투자하며 '4차 산업혁명' 바람을 주도했다.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 등 세계적인 차량 공유 업체들과 AI·자율주행차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이 비전펀드의 투자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국내 벤처업계 관계자는 "1호 펀드까지 합치면 240조원이 넘는, 금융 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규모"라며 "미래 산업에 대한 손 회장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