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 맥주 최대 성수기 돌입하자 출고가 기습 인하
오락가락 출고가 정책으로 카스 사재기 유도
주류 도매상, 비싸게 산 재고 처분 걱정에 '울상'

오비맥주가 주력 제품인 '카스' 출고가를 인상한지 100여일 만에 다시 출고가를 내리는 등 오락가락 가격 정책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000080)의 '테라' 출시를 앞두고는 카스 출고가를 올려 도매상과 업소가 카스를 사재기 하도록 유도하더니 맥주 최대 성수기인 7~8월에는 한시적으로 출고가를 인하해 또 다시 카스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 주류업계는 오비맥주의 이같은 출고가 정책이 유통 거래 질서에 혼선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원도 홍천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테라 캔맥주 생산라인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 '카스' 기습 인하는 '테라' 견제구?

2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8월 31일까지 맥주 카스와 발포주 필굿의 출고가 인하에 들어간다. 도매나 소매 단계에서의 가격 할인이 아니라 맥주회사가 자발적으로 출고가를 낮춘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비맥주 측은 "국산맥주 소비 촉진과 소비자 환원 정책 차원에서 실시하는 한시적 할인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할인 행사에서 카스 500㎖ 병맥주는 현행 출고가인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4.7% 인하됐다. 가장 많이 출고가가 내린 것은 생맥주다. 20L 용량의 카스 생맥주 1통(케그)의 출고가는 기존 3만3443원에서 2만8230원으로 약 15% 내렸다. 동일 용량 기준 하이트진로의 테라 생맥주와 하이트 생맥주 출고가가 각각 3만426.85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약 2200원 저렴해졌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생맥주 출고가(3만7000원) 보다는 8770원 정도 더 싸졌다.

오비맥주의 가격 할인 정책은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첫 판매를 시작한 테라는 출시 100일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하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지난달 하이트진로의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5% 올랐고, 식당 등 외식 업소에서는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 증가했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맥주 최대 성수기인 7~8월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테라를 견제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카스의 특별 할인은 전례가 없는 일로 테라가 이달 15일부터 주점이나 호프집 같은 외식 업소에 생맥주 신제품으로 납품된지 일주일만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테라의 돌풍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번에는 테라 출시 직전에 카스 가격을 올려 외식 업소 점주들이 미리 사재기를 하도록 유도했는데, 이번에는 할인 기간 중 가격이 저렴할 때 카스 사재기를 하도록 유인하는 것 같다"고 했다.

◇ 이미 비싸게 산 카스 어쩌라고?...주류도매상 "재고 어쩌나"

맥주를 유통하는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오비맥주의 이번 할인 결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시적 행사라고는 하지만 출고가를 올린지 100여일 만에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고가가 인하된 카스 병맥주 가격은 지난 4월 인상 전 가격(1147원)과 동일하다. 이 과정에서 맥주 수요가 가장 높은 8월을 앞두고 있어 도매상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보통 이 시기에 창고에 있는 재고까지 모두 판매가 되는데 출고가를 낮추면 이 가격에 맞춰서 재고를 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승재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국장은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도매상들의 경우 기존에 비싸게 주고 산 재고 카스를 싸게 팔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자사 제품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유통 거래에 혼선을 주는 행위"라고 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지난 4월 4일부터 오비맥주가 카스 가격을 5.3% 인상했을 때도 자사 맥주 가격을 동결시켰기 때문에 현재 인하된 카스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생맥주 신제품 테라를 출시한 직후라 카스와의 가격 차이는 부담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주류 입장에선 프리미엄 맥주라는 이미지로 특정층을 공략해 높은 출고가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카스의 가격 인하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두 업체 관계자 모두 "카스의 가격 인하에 대응해 당장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은 카스(오비맥주)가 약 60%로 1위다. 그 뒤를 3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하이트진로가 추격하고 있다. 롯데주류의 시장점유율은 5~7%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