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분기에 깜짝실적을 발표한 기업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을 전망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이라 당장의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과 증권사 컨센서스(2개 이상 증권사의 평균 예상치)를 비교한 결과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5% 이상 웃돈 기업은 26일 기준 22개사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54.5%인 12개 기업만 실적 발표 당일 혹은 다음날 주가가 상승했다. 장중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당일 주가, 장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다음날 주가로 집계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해도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25일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만도, 두산(000150), LG하우시스, S&T모티브, RFHIC(218410)등이 26일 일제히 상승해 '어닝 서프라이즈=주가 상승' 공식에 겨우 들어맞았다. 전날(25일)까지는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 대부분이 주가가 하락했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제일기획(030000), 기아차, 신한지주(055550)등이 대표적이다. 기아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5336억원으로 예상치를 16.5% 넘어섰음에도 23일 주가가 소폭 하락했고, 신한지주는 1조409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놀라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26일 3% 넘게 하락했다. 반대로 계열사인 제주은행(006220)과 경쟁사인 기업은행은 같은 날 컨센서스에 미달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1%안팎 하락하는 약보합에 그쳤다.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 주가가 오른 종목도 있다. 실적 컨센서스를 5% 이상 밑돈 종목 23개 중 11개 종목의 주가가 상승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비롯한 네이버금융부문(네이버파이낸셜) 분할이 호재가 됐다. 실적 발표일인 25일 8.50% 오른 데 이어 26일에도 5.22% 급등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감산 기대감 덕에 25일 2.06% 오른 데 이어 26일에도 0.73% 상승했다. 두 회사는 각각 영업이익이 1283억원, 6376억원으로 컨센서스를 11.8%, 12.5% 하회했다.

한 사모 전문 운용사 대표는 "통상 실적 시즌엔 실적주를 찾느라 바쁘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분위기가 되면서 실적은 과거의 것이라는 인상이 생겼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단기 투자자는 일본과의 무역 마찰에 따른 수혜주를 찾느라 바쁘고, 가치투자자들도 차라리 배당주 등에만 관심을 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