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올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발목을 잡았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D램·낸드플래시 감산을 통해 실적 개선을 노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감산을 발표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11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37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89% 감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올 1분기와 비교하면 53% 줄었다. 증권가 추정치(7441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적은 수준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간 건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3분기(7260억원) 이후 11분기만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가격 하락 폭도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 매출은 6조452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38% 감소했다. 올 1분기 대비로는 31% 줄었다.

◇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지속… 11분기만에 영업이익 1조 밑돌아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D램 출하량이 올 1분기보다 13% 늘었다고 밝혔다. 수요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큰 모바일과 PC 시장에 적극 대응한 결과다. 하지만 D램은 업황 둔화로 평균판매가격이 24% 하락, 이익 규모가 줄었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올 2분기 출하량이 올 1분기 대비 40% 증가했다. 반면 평균판매가격은 25% 하락해 실적 개선에 기여하진 못했다. 그 결과 분기 영업이익은이 11분기만에 1조원을 밑돌았다.

SK하이닉스 M14 공장 전경.

하반기도 상반기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데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다만 PC와 그래픽 D램 수요는 2분기 말부터 회복해 하반기에도 개선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수요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공급업체들의 재고 부담이 줄어들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우려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가능한 범위에서 소재 재고를 적극 확보하고, 구매처를 다변화하며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최대한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마이크론 이어 11년 만에 감산 대열… "기술 개발·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에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산과 투자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D램 업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 6월 25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각각 5%, 10%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마이크론에 이어 감산 대열에 뛰어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생산능력을 올 4분기부터 줄일 계획이다. CIS(CMOS 이미지 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이천 M10 공장의 D램 생산 라인 일부를 CIS용으로 전환한다. 내년까지 D램 생산능력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 줄인다.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 장비 반입 시기도 수요 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투자금액은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고용량,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D램은 10나노미터급 1세대(1X) 및 2세대(1Y) 제품 생산 비중을 연말 80%까지 높이고, 10나노급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제품은 하반기부터 컴퓨팅용 위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도 하반기부터 96단 4D 낸드 제품 비중을 늘려 고사양 스마트폰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128단 1테라비트(Tb)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도 양산 및 판매 준비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이 적극적 감산을 논의 중이고 D램 수급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웨이퍼 투입량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3분기에 바닥을 찍고 4분기엔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