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한·일 무역갈등이 국내 증시를 억누르는 새로운 악재로 떠올라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허가를 면제해주는 우방 국가) 배제, 이에 맞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등의 치열한 공방 사이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종목 찾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혜주로 거론되는 기업들 주가는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DB

◇경제보복 수혜주 찾기 혈안

24일 코스닥시장에서 국일제지(078130)는 전날보다 9.08%(530원) 오른 637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월 이후 줄곧 3000원대를 유지해오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19일부터 급등세를 보이더니 단숨에 6000원 고지를 돌파했다. 자회사 국일그래핀의 그래핀 합성 기술이 일본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소재 제조사인 동진쎄미켐(005290)주가도 이날 2% 이상 올랐다. 동진쎄미켐은 일본의 첫 수출 규제 물질 중 하나인 포토 레지스트(감광액)를 생산하는 회사다. 포토 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조의 첫 단계인 노광(露光·Photo)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동진쎄미켐 주가도 한 달 만에 9000원대에서 1만5100원(7월 24일 종가)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가도 한·일 갈등의 영향권에 놓일 기업이나 품목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악영향이 예상되는 주요 품목으로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파인 메탈 마스크, 탄소섬유 등을 꼽았다.

이중 블랭크 마스크는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이는 원재료 중 하나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에스앤에스텍(101490)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수혜주로 거론된다. 탄소섬유와 관련해서는 효성(004800)이 대체기업으로 언급된다. 이 밖에 솔브레인(357780), 이녹스첨단소재(272290)등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꾸준히 등장하는 국산화 관련 기업이다.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롤러코스터 주가 경계해야

문제는 현재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모든 경제보복 관련주의 주가가 한결같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한·일 정부가 어떤 정치적 해법을 내놓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기대감만으로 움직인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수시로 반복하고 있다.

24일 증시에서도 솔브레인은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4.71% 하락했고 에스앤에스텍과 이녹스첨단소재 역시 약세를 보였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102710), 금호석유화학(011780), SKC코오롱PI등 다른 수혜 기대주들도 일제히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최근 일본산 불매운동을 등에 업고 날아올랐던 이른바 '애국 테마주'들은 주가 급등 후 자사주와 대주주 지분 매각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다. 필기구 전문기업 모나미(005360)는 지난 18일 자사주 보유 물량의 절반에 이르는 35만주를 15억원(주당 4323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해 논란을 빚었다. 모나미 주가는 24일 5% 이상 떨어졌다.

불화수소 국산화 기대감에 상승랠리를 펼쳤던 후성(093370)도 22일 대표이사 보유분 12만주 중 6만주를 7억원에 처분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24일 후성 주가는 전날 대비 3%가량 주저앉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정부가 타협할 가능성, 기업의 시장 내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