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목표는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공생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 내년 인체 실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최근 공개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1억달러를 투자한 바이오 스타트업 '뉴럴링크(Nueralink)'의 기자회견에 나타나 "인간에게 AI와 병합에 대한 선택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머스크는 "(이번 기술은) 뇌 관련 질환을 해결한 뒤 AI의 실질적인 위협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점이 포인트"라고 했다. 인간의 두뇌와 기계를 연결하면 인류가 AI에 뒤처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뇌 공학 분야의 수백 개 회사와 연구소가 의료나 오락을 위해 뇌와 컴퓨터 사이 접점을 연구하고 있지만, 'AI와의 공생'을 사업 목표로 내세우는 곳은 뉴럴링크가 유일하다"고 했다. 머스크는 그간 "만약 인류를 방해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면 AI는 아무런 감정 없이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AI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왔다.
◇쥐의 뇌에 전극 3000개 삽입… 컴퓨터로 뇌의 정보 읽어
뉴럴링크의 기술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s·BMIs)' 기술 중 두개골을 뚫고 전극을 삽입해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침습형'이다. 보통 침습형은 뇌 신호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지만, 수술에 대한 부담이 있는 데다 삽입 전극 대부분이 단단한 금속이나 반도체로 만들어져 뇌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됐다. 반면 영상 기술 등을 활용하는 비(非)침습형은 수술이 필요 없는 대신 뇌 신호 파악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뉴럴링크는 회견에서 실험용 쥐의 뇌와 컴퓨터를 성공적으로 연결했다고 밝혔다. 쥐의 두개골에 작게 구멍을 내 가는 실 같은 전극을 뇌에 이식했고 이 전극을 컴퓨터와 유선으로 연결해 쥐의 뇌 신호를 읽어냈다는 것이다. 뉴럴링크는 "이식된 전극으로부터 뇌 신호 수신율이 최고 85.5%에 달했다"고 했다.
뉴럴링크의 기술은 기존 기술과 비교해 뇌에 연결한 전극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극의 수가 늘어나면 수신할 수 있는 뇌 신호의 양과 정확도가 향상된다. FT는 "지금까지는 250개의 전극을 뇌에 삽입한 것이 최대였지만, 뉴럴링크는 첫 실험에서 쥐의 뇌에 약 3000개의 전극을 삽입했으며, 초기 임상 단계에서는 전극 수를 1만개로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봉틀 같은 초소형 로봇이 뇌 이식 수술
뇌에 삽입하는 전극 수를 획기적으로 늘린 비밀은 '실'과 '재봉틀'에 있다. 머리카락 4분의 1 수준인 4~6μm(마이크로미터) 두께 실마다 뇌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전극 32개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실에 대해 "미세한 전극들이 진주 목걸이처럼 전도성 와이어에 연결되어 있고, 이를 절연하기 위해 셀로판과 비슷한 물질로 감싼 가느다란 샌드위치와 비슷하다"며 "이 유연한 실은 뇌에 최대 수㎝ 깊이까지 이식할 수 있다"고 했다.
재봉틀처럼 작동하는 수술 로봇이 미세 바늘의 작은 고리를 이용해 실을 한 가닥씩 잡아서 뇌에 이식했다. FT는 "뛰어난 마이크로 엔지니어링이 요구되는 대목"이라며 "수술 로봇은 뇌의 핏줄은 피하면서 특정 부분에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 시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뉴럴링크는 "수술 로봇이 분당 실 6가닥을 삽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공개한 백서에 따르면 실 96가닥(전극은 3072개)이 달리고, 신호 출력, 디지털 변환을 담당하는 맞춤형 칩이 포함된 이식 기구 크기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23×18.5×2㎜에 불과하다.
이식을 마치면 전극이 포함된 실은 뇌에, 나머지 기구는 두개골 밖으로 노출되는데, 이 기구에 달린 USB-C 타입 단자를 컴퓨터와 연결하면 실시간으로 뇌 신호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 뉴럴링크 측은 지금은 이식 수술을 위해 두개골을 드릴로 뚫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레이저 라식 수술처럼 간편하게 전극을 삽입할 수 있고, 뇌와 컴퓨터 사이 연결도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는 인간이 막대한 정보를 읽고 쓸 수 있을 것"
뉴럴링크는 미래에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할 때의 대담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처음에는 중증 신경 질환 환자에게 초점을 맞추지만, 앞으로는 건강한 사람도 이 기술을 이용하면 현재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는 것보다 막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진행 중"이라며 "원숭이가 자신의 뇌로 컴퓨터를 통제할 수 있는 상태"라고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뉴럴링크는 내년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FDA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 사이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뉴럴링크의 연구 백서가 아직 외부 연구자로부터 검증을 받지 않은 데다가 해당 장치가 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염증 반응은 없는지 등에 대한 답도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