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절반 이상이 연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연금을 받는 고령층 3명 중 2명도 월평균 수령액이 50만원 미만으로 기초생활수급비에도 못 미쳤다. 통계청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고령층(55~79세) 10명 중 6명이 일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부모 모시고 자식 키우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고령층 취업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기준 우리나라 고령층 인구는 1384만3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0만2000명 증가했다. 15세 이상 인구의 31.1% 수준이다.

지난 1년간 공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받은 고령층은 635만8000명으로, 전체의 45.9%에 불과했다.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연금 미수급자라는 뜻이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1만원으로 1년 전보다 4만원 늘었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79만원으로 4만원 늘었고, 여자는 41만원으로 5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연금 수급자의 67.3%는 월평균 5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주는 생계급여 51만2100원(1인 가구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금 수령액은 25만~50만원 미만 수령자 비중이 39.9%로 가장 높았고, 10만~25만원(27.0%), 50만~100만원(18.5%)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노후 자금이 쪼들리다 보니 고령층 인구 10명 중 6명꼴(64.9%)로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0.8%포인트 증가한 비중이다. 현재 취업 중인 고령층은 92.1%가 계속 일하고 싶어 했고, 과거에 취업 경험이 있었던 사람의 32.5%도 향후 일자리를 희망했다. 생애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의 6.5%도 장래 근로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근로 희망 연령 역시 평균 73세까지로 지난해(72세)보다 1년 더 늘어났다. 특히 법정 은퇴연령(60세)을 15년 이상 넘긴 75~79세 고령자의 경우 평균 82세까지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이 82.7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셈이다. 향후 일을 하겠다는 고령층의 60.2%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근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생활비 때문에 일손을 놓지 못하는 고령층은 지난해보다 1.2%포인트 늘었다. 반면 '일하는 즐거움' 때문이라고 답변한 고령층은 지난해 33.9%에서 올해 32.8%로 1.1%포인트 줄어들었다.

일하고 싶은 고령층이 늘며 이들의 취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79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35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역시 773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31만8000명 늘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57.6%와 55.9%로 고령층 부가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고령층 4명 중 1명은 단순노무종사자(24.3%)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의 질은 떨어졌다. 65~79세만 떼어놓고 보면 단순노무종사자 비중은 35.4%까지 올라간다. 임금 수준이 높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관리자·전문가 비중은 10.5%, 사무종사자 비중은 7.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