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23일 "현재 건설 중인 파주 P10 공장에 추가로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10.5세대)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만들 예정이다. 이 공장에는 이미 2015년부터 1조8400억원, 2017년부터 2조8000억원이 투입돼 있다.

이는 심지어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적자(赤字)를 낸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날에 함께 공시됐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2분기에 매출 5조3534억원과 영업손실 3687억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보통 투자 발표는 투자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적자 발표일은 피한다. OLED에 대한 집중 투자로 LG디스플레이를 키우겠다는 LG그룹 구광모〈사진〉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보는 이유다. 현재 적자라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미래의 성장 산업을 움켜쥐겠다는 것이다. OLED 패널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이다.

OLED는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종잇장처럼 얇은 TV를 만드는 데 쓰인다. 구부러지는 특성이 있어, 곡면(曲面) TV에도 쓰인다. 화질도 LCD TV보다 뛰어나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TV 시장은 장기적으로 LCD TV에서 OLED TV로 바뀔 것"이라며 "전 세계의 모든 제조사가 만드는 최고급 OLED TV에 모두 우리 제품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OLED에 12조원 이상 투자한 LG

LG디스플레이가 최근 4년간 대형 OLED 공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돈만 12조원이다. 파주 공장에 총 7조6000억원을, 중국 광저우에 있는 8.5세대 OLED 공장에 5조원을 투자했다. 광저우 공장은 다음 달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 LG디스플레이에 파주의 10.5세대 OLED 생산 공장은 의미가 크다. 10.5세대(기판 크기 3370×2940㎜)는 하나의 기판에서 8장의 65인치 TV용 패널을 만들 수 있다. 이전의 8.5세대(2500×2200㎜)는 3장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생산 효율이 2배 이상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앞으로 70인치·80인치대 TV용 패널 시장도 염두에 둔 것이다. 파주 공장은 2022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때부터 LG의 생산 능력은 기존 공장과 광저우 공장까지 합치면 월 130만대 이상의 65인치 TV에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는 작년 OLED TV 시장 규모(295만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작년 1년치를 두 달 만에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LG디스플레이는 23일 파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에 라인 증설을 위해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월 미국 CES 2019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곡면 OLED 패널을 보고 있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중·대형 OLED 시장에서 압도적 1위다. 9인치 이상 OLED 시장의 점유율은 96.7%(2019년 1분기)다. 30인치·40인치 이상의 TV용은 사실상 100%로 독과점 상태다. 잠재적 경쟁자로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소형 OLED 시장의 세계 1위인 삼성전자다. 일본 JOLED와 중국의 일부 제조사도 거론된다. 이번 투자는 경쟁자의 본격적인 추격이 시작되기 전에 아예 도전 의욕을 꺾으려는 의도도 숨어있다.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LG디스플레이의 대형 투자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실적이 좋지 않은 비(非)주력 사업은 정리하고, 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한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LG그룹 전체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저가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버리고, 고부가가치인 OLED로 변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구 회장의 의중은 '시장 전망이 안 좋은 LCD에서 OLED로 사업 중심축 전환'이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내년엔 LG디스플레이의 매출에서 OLED 비중이 절반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OLED 패널은 시장 전망이 밝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현재 300만~400만 대 규모인 세계 TV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오는 2022년 100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현재 OLED TV를 판매하는 업체는 전 세계 15곳인데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LG디스플레이는 유일하게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OLED 시설 투자가 마무리되는 3~4년 뒤에는 글로벌 점유율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 패널은 얇고 휘어지는 특성을 활용해 TV 외에도 자동차, 게임기 등 다양한 기기로 용도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형광성 유기물질을 이용한 패널이다. 예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은 유리판과 그 뒤에서 빛을 쏘는 광원(백라이트)을 쓰는 구조라서 두꺼울 수밖에 없었다. 반면 OLED 패널은 종잇장처럼 얇은 데다 휘어지는 특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