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올 들어 전 세계 수출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한국이 10대 수출 대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수출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상품 수출액은 4조56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했다. 전 세계 수출은 남유럽 재정 위기, 유가 하락 등 여파로 2015년과 2016년 각각 13.1%, 2.7% 감소했다가 2017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2년 연속 10% 안팎 증가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글로벌 무역 환경이 악화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이 유독 크다. 1~4월 한국의 수출액은 1814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해 세계 10대 수출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인데, 올 들어 반도체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출 규모로 전 세계 6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올해 1~4월 기준으론 7위로 한 단계 낮아졌다. 글로벌 무역 환경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출 감소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한국 경제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외에 세계 3위 수출국인 독일은 1~4월 수출이 6.4% 감소했고, 일본과 이탈리아도 5%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프랑스·네덜란드·영국도 2~3%가량 수출이 줄었다. 반면 1~2위 수출 대국이자 무역 분쟁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수출이 각각 0.5%, 0.2% 늘었다. 그러나 지난 3월 14.2%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중국의 수출이 4월 -2.7%, 6월 -1.3%를 기록하는 등 미·중 무역 분쟁 여파가 당사국에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글로벌 무역 환경을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타이머 베이그 DBS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 벌어진 한·일 간 갈등이 글로벌 경제 심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했다.